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리테일 Apr 02. 2021

그럼 우리는 어떤 사람인가?

보라요정 10년가게 정리의기록 #4


보라요정의

10년가게

정리의 기록


#4


가게를 완전히 빼던 월요일,

우리는 작은 무지개를 만났다.


------------------------------------



우리가 ‘그 사람’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나 그런 사람 아니에요'였다.

그날만 그런 게 아니라 10년 전 가게 들어가고 나서부터 줄기차게 듣던 말이다.



그럼 보라요정은 어떤 사람인가?

우리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내 사람을 기록하는 것은 당연히 객관성이 없다.

그러니 수많은 사실관계 중에 하나만 얘기해본다.



보라요정이 가게를 얻었을 때 2층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다.


가정집이었고 살짝 고쳐서 장사도 간간히 하는,

그리고 다음 해에 2층에는 명도 한다는 쪽지가 날아갔다.

2층은 이미 월세가 밀려서 보증금도 다 제했는지 주인이 명도 한다고 내용증명을 날린 거다.

그 사이 겨울, 낡은 건물인 데다 관리가 안되니 2층에서 물이 얼어 터졌고

보라요정의 가게로 다 흘러내려 인테리어 한 거며 옷이며 다 다 못쓰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그 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가게 안까지 차오른 물이며 다 젖어버린 옷들....

흘러내린 물이 얼어버려서 열리지도 않던 문..

아무튼 2층은 가게를 빼고 나가지 못할 상황이었고

우리는 누구보다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바깥양반은 그 친구에게 권리금을 주고 2층을 인수했다.

맞다. 위에도 썼듯 그냥 나가게 생긴 터라 권리금 없이도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상황인데 말이다.

나는 그때 보라요정이 한 말을 생생히 기억한다.



“걔 그거라도 받아나가야 뭐라도 하지”



그 얘기 듣고 나는 생각했다.

‘오래 함께 했지만 이 사람 참 좋은 사람이다’

보라요정은 그런 사람이다.


물 터져서 손해 본 거?

주인에게, 2층 사람에게 물을 수도 있는 것이지만 하지 않았다.

알아보기는 했었다.

건물주에게 먼저 청구하고 건물주가 2층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도 있었고....

다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대단히 부자였거나 매우 좋은 사람들이라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우리는 그런 면에서는 생각이 같고 마음이 맞는다.

내가 보라요정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0년 동안 우리는 많이 싸웠다.

주위 사람들과도 트러블이 없지 않았다.

주차문제로, 공사 문제로... 여러 가지 문제가 다양하게 있었다.

우리가 완전 무결한 사람이라는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다.

그저 마지막 날까지 자기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해대는 것에 대한

우리의 대답이다.



저 무지개가 진짜 무지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날 버리기 위해 내어놓은 장식장 유리를 통해

 저 벽에, 바닥에 새겨진 그것은 우리에게는 무지개였다.



그 날, 보라요정은 울었고 나도 너무 속상했지만

다 끝나고 나갈 때는 무지개 떴다며 서로 웃고 나왔다.



우리는....

우리만의 무지개를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시간과 정성이 만들어준 선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