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떠오른 언어
그때
떠오른 언어
지구가 곧 멸망할 것 같은 날이었다.
뿌옇고 탁한 하늘 아래로 걷고 있자니
모든 게 다 서걱거리는 것 같았다.
5월인데 말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그리고 다음날.
‘눈이 시릴정도’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구름 한 점 없는
진한 파란색의 하늘이 놓여있었다.
거짓말처럼.
어제는 없었던 것 차럼.
언제나 가장 끝의 장면을 보여주고
그걸 견뎌내면
그 반대의 끝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아마도 어제의 그 탁한 하늘의 영향이 컸으리라.
가장 탁한 날로부터 가장 파란날까지 걸린 시간
겨우 단 하루.
보고 있자니
그 파란 한가운데 퐁당 빠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물개가 되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