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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리테일 Oct 05. 2015

이런 날도 있는 거지

어차피 맞을 비, 신나게 우산을 던지다



< 나는 이제 좀 행복해져야겠다>


#049




당신과

나사이

2.5그램




049번째 2.5그램



+

어렸을 적,

제가 살던 동네에

엄청난 비가 내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배수시설 문제로

그 큰 아파트 단지가 물에 얼마 정도 잠긴 적이 있었어요.


학교에서는 급하게

아이들을 조퇴시켰는데

집에 가는 길에

어찌나 비가 심하게 오는지

우산을 써봐도 소용없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발목까지

찰랑찰랑 물이 차오른 상태.

처음에는 근처 아파트 현관 입구에 서서

어떻게 갈까 하며 고민하다가

친구들하고 우산은 던져두고

그냥 비를 맞으며 갔습니다.


차오른 물이 더럽고

내리는 비는 산성비니 어쩌니

그런 얘기들은

이미 비를 흠뻑 맞은 꼬마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진지 오래였죠.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오는 그 짧은 거리를

친구들과 신나게 놀면서 왔습니다.


온몸이 다 젖고

가방도 다 젖고

그렇게 집에 왔지만

비를 그렇게 자유롭게 맞아본

첫 번째 기억이라 그런지

아니면 그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 물이 찬 것이 신기했던 건지

아무튼 그때의 기억은

아직까지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그때의 일은 계속 반복됩니다.


아무리 우산을 쓰고

아무리 큰비옷을 챙겨 입어도

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기더라는 거죠.


어떻게든 비를 안 맞아보려고

웅크리고 나가지 않으면

아무 데도 갈 수 없고요.


소나기는 피해가야 하는 법이기도 하지만

피해갈 수 없을 만큼의 긴 장마가 시작되면

결국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비를 맞아야 해요.



비를 맞으며 투덜대는 때가 되면

그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그냥 어쩔 수 없으니

신나게 맞았었거든요.

그리고 신나게 맞은 만큼

행복하게 그 빗속을 건너갈 수 있었습니다.



피할 수 없는 비를 만나면

그때를 기억해봅니다.


어차피 맞을 비,

신나게 우산을 던져두고

웃으며 비를 함께 뛰어가던  그때.


그런 마음.



<나는 이제 좀 행복해져야겠다>









+


무려 13번째 시간기록장. 10월말에 만나요





덧붙임 #1

카카오브런치 작업들은

10월 말과 11월 초즈음에

2016시간기록장과

(제가 13년째 만들고 있는 다이어리입니다)

12월쯤

"나는 이제 좀 행복해져야겠다(가제)"

책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

덧붙임 #2

글 밑에  제 작업 광고가 들어가도

아 쟤 열심히 사는구나 하고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흑흑




페리의 극과극 카톡 아이러니 라이프 이모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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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온 다른 페리테일 이모티콘을 볼 수 있어요!

(안드로이드,아이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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