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
<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 속 이야기와 비하인드를 올립니다
-
며칠전, 운동 겸 산책을 나갔습니다.할 수 있는 한(살아남기 위해서 -_-;; 자주)
미처 비 예보를 못 본 것도 있었지만 이렇게 비가 갑자기 많이 내릴 줄 몰랐어요.
우리가 항상 운동하는 코스의 절반을 돌고났을때쯤부터 미친듯이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횡단보도앞 섬에 놓여진 볕가리개 아래서 비를 피해보았지만 내리는 모양으로 보아서는 금방 그칠 비가 아니었어요.
네.피할 수 없는 비였습니다.
저는 마감을 해야 해서 언제까지 기다릴 수도 없었습니다.
보라요정님과 그냥 걷기로 했습니다.가다가 멈추면 좋고 안멈춰도 좋고 그냥 비를 맞으면 갔습니다.
우산없이 이런 큰 비를 맞아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완전히 젖어버리고 나니 많이 오든 적게 오든 별 상관이 없었습니다.
주차를 한 곳까지도 거리가 꽤 되어 둘다 정말 완전히 젖어버린 생쥐꼴이 되었어요.
그런데 기분이 좋았어요.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큰 소리로 떠들어도 되고 시원했습니다.
둘다 키득거리면서
“와아 이런 비 맞아본 게 언제지?”
“이런 큰 비는 맞아보지 못한 것 같아”
이미 홀딱 젖어서 빨리 갈 필요도 요리조리 피해갈 필요도 없었습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피할수 없는, 그런 비가 있습니다.
그런 비가 있어요.
피하고 멈추기를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것마저 쓸 수 없을때가 있어요.
그냥 맞아야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언젠가 제주에서도 이런 큰 비를 만난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비를 피하지 못한 우리는 ‘기왕 맞을거면 바다나 보면서 맞자’ 하고 바다앞에서 앉아 맞았던 적이 있어요.
며칠전의 경험도, 제주에서의 경험도 똑같았어요.
미친듯이 내리던 비가 멈추고 나니 세상세상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모든것이 조용해지고 날은 차분해졌습니다.
우리는 또 비를 맞을거예요.피할 수 없는 순간이 올겁니다.
맞아야 할 비라면, 피할 수 없는 비라면 기왕이면 즐겁게 맞기로 했습니다.
바다 앞이라면 바다를 보면서 맞고 산책중이라면 비를 맞으면서 신나게 산책을 완성하기로 했어요.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