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
책이 나오면 한동안 내 책 한권과 다른 작가님의 책 한권을 같이 들고 다닌다.
잠시 머무르는 곳에서, 혹은 좋아하는 카페에 들러 책을 읽는다.
그동안 늘 해오던 일인데 요즘은 조금 느낌이 다르다.
얼마전 고마운 형님에게 책을 보내드렸는데 무려 10만원짜리 커피쿠폰을 보내주었다.
너 커피 좋아하니까 커피 마시라고. ㅜ_ㅜ
뭐랄까 나의 20년을 알고있는 지인들이나 그동안 쭈욱 봐왔던 분들, 혹은 아주 예전에 내 책을 보고,
한번이라도 시간기록장을 접했던 분들 모두. 이번에는 좀 더 특별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다.
왜 이렇게 칭찬을 해주지?
왜 다들 잘했다고 해주지?
왜 나한테 고맙다고 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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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이의 삶이든 20년을 모아묶어놓으면 책이 되고도 남는다.예외는 없다.
누구의 삶도 쉽지 않고 평탄하지 않다.아니 순순히 흘러갔다 하더라도 그 안에 돋보기를 대고 들여다보면 수많은 굴곡들을 볼 수 있다.
이번책은 그 전책들에 간간히 들어가던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로만 채워져있다.
예전책에는 ‘아 이건 너무 개인적인 일 아닌가?‘하고 적은 분량을 은근슬쩍 흐릿하게 넣었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할 수 있다면 훨씬 더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하고 싶었다.
나는 다른 이의 삶의 얘기를 듣거나 보는 것을 좋아한다.나의 이야기가 아닌데 언제나 그 속에서 나를 본다.
’아 다들 그렇지.나만 그런거 아니지‘ 거기서 위로를 얻고 희망을 보고 웃었다가 울었다가 모든 감정의 연결을 느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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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나오기 직전 꽤 힘든 일이 있었다, 아니 현재 진행형이니 생겼다.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우리보다 먼저 힘든 일이 있었던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녀석이 대뜸 이렇게 얘기를 한다.
“페리야, 어떻게, 터널 시작 부근이야, 중간이야? 아니면 거의 다 온거 같아?”
워낙 유쾌한 친구라 그 얘기에 빵 터져버렸다.그래 그 생각을 못해봤네.터널 어디쯤인지.
“둘이 끌어안고 울었어? 안울었어? 우린 끌어안고 울었으니까 그 정도 아니면 괜찮아“
맞다.위로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온다.
농담처럼 가볍게 와서 묵직한 돌로 변해 내 안에 들어와 중심을 잡아준다.
맞아 그런책을 쓰고 싶었지.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그런 얘기를, 그런 노래를 하고 싶었지.거대한 위로 말고 이런 작은 농담, 시시콜콜한 위로.
나의 이야기를 내어주면,
상대방도 자신의 이야기를 내어준다.그렇게 서로의 이야기가 교환되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씨앗이 되어 누군가의 가슴에 심어지고 자라나서 나무가 된다.
숲이 되고 위로의 군락이 된다.저 사람의 나무 밑에서 내가 쉬고 내 나무 밑에서 다른 이가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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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유난히 커피가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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