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리다 내 불빛이 모두 꺼져버릴지도 몰라
당신과
나사이
2.5그램
010번째 2.5그램
끊어야 하는 관계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슬픈 일이고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생각도 들지만
끊어내야 하는
'그런 관계' 가 있어요.
+
처음에는 하나의 줄이었다가
또 다른 줄이 생기고
그 줄이 다른 줄과 맞닿아
쌓이고 쌓여나갑니다.
그렇게 관계가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그 관계의 줄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크게 마음을 먹고
그 줄을 잘라내야 하는데
막상 가위를 들고 그 관계의 줄을 바라보면
그 줄 끝에 반짝이는 사람이 보여요.
그리고 그 불빛에 망설이게 됩니다.
네. 사람은 모두 반짝입니다.
하지만 그 반짝이는 불빛들이
모두 나를 비추는 것이 아니고
나에게 반짝이는 것도 아니에요.
그렇게 망설이다가
오히려 당신을 위해 정말로 반짝이는
다른 사람들의 불빛이
모두 꺼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불빛을 모두 껴안고 갈 수는 없어요.
당신의 주위 반짝이는 불빛들에 취해
엉켜버린 줄을 모두 끌어안고
계속 휘감다가
목이 졸리고
눈이 멀어서
모든 불빛이 꺼져버릴 수도 있어요.
아파도 끊어내요.
당신이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버린 관계라면,
당신의 눈 앞에 너무 가까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하는 불빛이라면,
아프더라도 잘라내요.
머뭇거리다
당신의 모든 불빛이
꺼져버릴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