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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리테일 Oct 05. 2023

나의 망한 탈 이야기

생일이었습니다

새 책 <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생일이었다가 생일이 없어졌습니다.

네! 하루가 지났으니까요 -0-




생일이었습니다.

날이 지났으니 이제 생일은 끝났습니다.

(마침 오늘, 내일은 마감이 있어서 아무것도 못합니다)

생일날도 이런 그림을 그리며 온라인 책보부상 이름에 걸맞게 책을 팔았습니다.

팔았다라기보다 홍보했..(그게 그거잖아 -_-;;)

사실 요즘의 책 홍보는 작가본인의 인지도, 화제성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표지나 띠지에 작가사진을 넣는 책들이 많아진 것도 그 이유일 거예요.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고 현실이 그렇습니다.

물론 꼭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요.




몇 년 전에 제 캐릭터로 인형탈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저는 얼굴을 드러내놓고 활동하기 힘드니 탈이라도 쓰고 해 볼까 생각해서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 탈이.... 망했습니다. -_-;;

그게 뭔 소리냐면, 캐릭터탈 제작을 알아보던 중 알게 된 분이,

좀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곳을 안다고 해 (특히 저는 머리만 만들기를 원해서)

그 분통해 소개받은 곳에서 만들었는데....

샘플로 넘어온 사진은 분명 괜찮았건만 만들어져서 온 탈은....-_-;; 

그냥 망한 탈이 왔어요.

네. 싸고 질 좋은 것을 만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전화로 약간의 항의(?)를 했지만 그냥 주기로 한 돈을 다 주고 끝냈습니다.

만들어서 온 곳이 중국이어서 다시 돌려보내 수정하기도 불가능해 보였고

싸고 좋게 만들어보려던 저의 어리석음을 탓하는 편이 제 멘털에 더 나으니까요.


원래는 이런게 올 줄 알았죠! -_-;; 굳이 망한 탈 사진은 안올리겠습니다. 





요즘 책 홍보를 위해 온라인을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미약하지만) 갖고 있는 채널 모두에 매일 글을 올리고

할 수 있는 곳들을 빠짐없이 찾아다닙니다.

생각해 보면 대단한 노력도 아닙니다.

샤방샤방 -피곤으로 가득한 새벽에 오후 6시 얼굴을 하고 있는- 강동원배우님 같은 분들도

영화홍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여기저기 나오고 무대인사 다니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온라인에 글 좀 쓰는 게 뭐라고요!!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끝까지 다해봐야지!”


20년 동안 제게도 꽤 좋은 기회들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공중파 뉴스에도 나올뻔한 적이 있었고 굉장한 제안들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발목을 잡은 것은 편하게 오프라인 활동을 할 수 없는 건강문제였습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기회를 다 못 잡는 게 제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요!

게다가 저는 이유도 있지 않습니까!!

지금도 약속을 하고 고정된 스케줄을 잡는 것이 그리 쉽지 않지만

저번책을 내고 몇 번의 북콘서트를 할 수 있었던 것 보면

또 뭔가 조금씩 희망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


생각해 보면 넉넉한 시절과 궁핍한 시절은 뚜렷하게 경계를 긋고 나뉘지 않습니다.

20년을 그리면서 어느 해건 다이어리 시작페이지에 '살아남자'를 적지 않은 적이 없었고

새로운 해의 시작과 함께 작업폴더를 만들 때  ’잘 부탁합니다 ‘ 기도를 하지 않은 해가 없어요.




오래전 잠시 밴드를 했었다고 했잖아요.

합주를 하다 보면 연주든 노래든 짝꿍(그때 밴드 형들은 그렇게 표현했어요) 날 때가 있습니다.

소위 ’ 절었다 ‘라고 불리는 그것은(이 표현도 장애를 가진이들이 있으니 차별적 발언이지만 당시가 1999년이었고 합주할 때 다들 쓰는 표현이라 그대로 씁니다.) 연주가 틀리거나 가사를 까먹거나 문제가 생길 때를 지칭하는데 연습 때야 멈추고 다시 할 수 있지만 실제 공연 때는 누구 하나 절어도 그냥 가야 합니다. 틀렸다고 연주를 멈추거나 노래를 멈추면 안 돼요.

서로 표정 봐가면서(이것도 너무 티 나면 관객들이 눈치채죠) 어떻게든 맞춰서 끝을 내야 합니다.

저는 그때의 기억이 살아가면서 많이 나요.


살면서 어떤 일들은 무대 위 실제 공연과 똑같거든요.

멈추면 안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중간에 틀리든 가사를 씹었든 딱 얼굴 갈아 끼우고 마침표 찍고 신나게 웃으며 내려와야 끝나는 것들이 있어요.

’어느 해는 멈추고 어느 해는 버리고 어느 해는 가져갑니다 ‘이런 게 없습니다.

시작한 것이 이거다 싶을 때 끝까지 가보는 겁니다.


파도는 즐겁게 타야 제 맛이죠!

-


이번책도 나름 끝까지 가보고 만든 것 같아요.

거절도 충분히 받았고 칭찬도 충분히 들었습니다.

지금은 전주를 지나 노래 첫 소절쯤 나온 시점입니다.

이번 책 공연도 완주하고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계속 이야기합니다.

가능하다면 다시 오프라인에서 만나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새 책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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