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 속 이야기나 비하인드를 연재합니다.
<오랑아 대학 가자!!!>
오랑이의 생일은 3월 8일입니다.
길에서 만나 정확한 나이를 모르니
우리는 오랑이와 만난날을 생일로 정했습니다.
(대부분 길에서 만난 칭구들 생일은 만날날로 하더라고요.)
2018년에 만났으니 순식간에 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나도 귀엽지 않은 이 세상에서
저희는 오랑씨의 귀여움으로 에너지를 얻으며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인스타에 오랑씨 생일축하 글을 올리고
‘축하 한마디씩 써주시면 제가 오랑이 앉혀놓고 하나하나 보여줄게요’
라고 썼더니 친구분들이 많은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글을 하나하나 보는데
‘오랑아 꼭 대학가자!
이런 댓글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처음에는 ‘응?’이랬는데
조금 지나자 뭉클해졌습니다.
사람이 대학에 가는 나이까지 고양이가 산다면
정말 기록을 세우는 나이거든요.(강아지도 마찬가지인가요?)
인터넷에 굉장히 화제가 되는 장수고양이들 나이가 20, 21 이렇거든요.
그정도 살면 사람으로 친다면 백살이 훌쩍 넘는 나이니까요.
그러니까 대학가라는 이야기는
정말 ‘오래오래 살아라’의 유쾌한 표현이라 뭔가 뭉클하고
기분이 말랑해졌습니다.
———
보라요정님은 강아지를 키워봤지만
저는 고양이,오랑씨가 처음입니다.
아토피때문이기도 했고 아무튼 제 인생에
반려동물은 없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인생은 언제나 생각한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오랑씨를 만났고 무려 4년동안 분에 넘치는 귀염에너지를 받았습니다.
대중교통을 타고 가는 중에 옷에 동물털이 붙어있는 사람을 보면
‘이제 나도 저 기분을 알지!’ 흐뭇해하고
마트에 동물코너에 가면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고양이 이야기로 친해질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집이 사막으로 변한다던지
(고양이 화장실을 모래로 사용하는데 아무리 치운다 해도
매일매일 모래가 흩뿌려집니다)
식물을 못키운다던지 (고양이마다 성격이 다른데
오랑이는 화분킬러 -_-;;)
여행을 못가는 사연이 생겼지만(그때는 어차피 코로나 시국)
우리가 보지 못한 오랑이의 시간을
이렇게라도 지불하면 충분하다 생각했습니다.
‘후불제 귀염주의’
——
그 날 저녁,
우리는 오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즈막히 이야기 했습니다.
“오랑아 대학 꼭 가자”
그러자 보라요정님이 비장한 표정으로 옆에서 한마디 더 붙였어요.
“대학원까지!”
——
마음이 말랑해지는 말이 있습니다. 뾰족하지 않고 둥글고 다정한 말들.
저는 이제 그런 말이 좋고 그런 사람이 좋습니다.
다정한 척 하려다 정말 다정한사람이 되는 것을 목격했으니
위선이라 할 지라도 그렇게 살려고 하는 모습이 좋습니다.
이기적 유전자를 잘못 해석한 사람들이
이기적인 자가 오래 살아남는다고 했지만
<다정한 것이 오래 살아남는다> 제목처럼
우리에게, 혹은 나에게 필요한 것은
좀 더 다정한 말이고
선한것이고
사랑스러운 것이고
귀여운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그런것들이 좋고
좋은 것은 금방 사라지지 않으며
오래오래 남아 힘을 줍니다.
새 책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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