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 속 이야기나 비하인드를 연재합니다.
< 고양이가 뛴다고요? 얘가? >
어느 날
아래층 사는 분이 인터폰으로 밤에 너무 시끄럽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우리 집에는 아이도 없고 저는 그렇게 시끄럽게 한 게 없는데
이상하다 싶었지만 제가 밤에 일하는 것은 맞으니
(책상에 앉아서 그림만 그리는데…ㅜ_ㅜ)
일단 죄송하다고 얘기드리고 다음날 주스 한 병을 사들고 내려갔습니다.
아래집분은 밤에 주기적으로 쿵쿵 소리가 나서
너무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다고 얘길 하시는 겁니다.
일단 사과드리고 나서 혹시 저희 집에서 나는 소리가 아닐 수도 있다고,
저희가 이사온지 꽤 지났는데 처음 있는 일이고 아파트는 다 연결되어 있어서
‘혹 다른 집의 소음이 들리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고 조심스럽게 얘기드렸습니다.
아파트의 층간소음으로 빚어지는 분쟁들과 스트레스가 엄청나다는 것을 아니까
최대한 조심스럽게 얘기했는데 딱 봐도 마음 상해 계시고 스트레스받는 게 보이니 참 난감하더라고요.
아랫집으로 내려가기 전에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았지만
딱히 밤에 제가 하는 일이라곤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일 외에는 없고
음악도 이어폰으로 듣는거 외에는 별다른 게 없어요.
거듭 사과를 드리다가
‘아!! 맞다 오랑이!’
그때 마침 오랑이가 저희 집에 온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생각을 못하고 있었거든요.
혹시 오랑이가 밤에 우다다 한 것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런데요 저희 집에…고양이가 살아서요”
“네?”
“예 고양이가 가끔 좀 뜁니다. 그래서 그런게 아닐까요...”
하면서 스마트폰 잠금화면으로 되어있는 오랑이 사진을 보여드리자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순간 그 분이 빵 터지는 겁니다.
“고양이가 뛴다고요? 얘가요?”
“네 가끔…”
“하하 고양이가 뛰어서 시끄러운 거라고요? 에이..”
그때는 저희도 오랑이랑 같이 산지 얼마 안 된 고알못 시절이었고
혹시나 그런 게 아닐까 얘기한 건데 무거웠던 분위기가 일순간 부드러워졌습니다.
“아무튼 밤에 좀 조심해주세요”
“아 네 죄송합니다”
—
그 후로 아랫집에서 연락 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 뒤에 밤에 쿵쿵거리는 집은 저희 집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고
(다른 집에서도 소음문제로 신고가 있었나 봐요 경비실에서도 어느 집인지 찾느라 연락 오고,
나중에 저희가 사는 호수에 문제 있는 집이 있었다고 들었죠)
오랑이는 밤에 가끔 우다다를 했지만 아랫집분은 귀여우니까 봐줄게 뭐 이런 생각이셨는지 뭐라 하지 않으셨어요.
층간소음도 (우리가 원인은 아니었지만)
해결하는 귀여움.
‘역시 귀여운 게 최고시네’
라고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ps.
아!! 그리고 고양이는 생각보다
과격하게 뛰기도 합니다.
-_-;;
우리도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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