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 속 이야기나 비하인드를 연재합니다.
어딘가에 구멍이 나버리면
그 틈을 통해서 모든 게 쏟아져 내립니다.
몸에 구멍이 나면 피가 쏟아져 내릴 것이고
마음에 구멍이 나면
감정이 쏟아져 내리겠죠.
전자나 후자나
죽어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더 빨리 죽나 조금 늦게 죽나 그 차이겠죠.
몸에 구멍 난 것은 화들짝 놀라서 틀어막는데
마음에 구멍 난 것은 그냥 내버려 두곤 합니다.
피는 보이니까 두려워서 그런 것 같고
보이지 않는 감정들은 전부 다 쏟아져 나가기 전에는 대부분 모르죠.
아니 다 쏟아져 나가도
끝까지 모를 수 있습니다.
나도 전에 큰 구멍이 있었습니다.
상처 난 틈 사이를 사람이 건드려대고
바람이 드나들고 비가 들이치니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 구멍으로 내 거의 모든 것이 빠져나갔을 즈음,
죽은 자처럼 누워서 있던 어느 날,
오후의 햇살이 창을 건너 슬그머니 넘어왔습니다.
햇살은 머리를 타고
목 언저리를 지나
가슴한켠으로 내려왔어요.
머리 위쪽으로는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는데
가슴 한켠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때 떠오른 말.
"구멍 난 거 아님. 마음에 햇살 좀 들이고 있는 거임"
감겨있던 눈이
슬그머니 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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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증쇄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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