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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요

육아일기(46개월)

by 친절한 상담쌤

2006.12.12

저녁에 색종이로 강아지를 접어보았다. 시범을 보이고 따라 해보라고 하자 놀랍게도 곧잘 따라 하고는 입을 그려 완성했다. 정말 많이 큰 것 같다. 본격적으로 색종이 접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


2006.12.14

책을 보면 책에 나온 어휘를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슬이의 첫 심부름]을 읽고 길을 걷다가 헬리콥터 소리가 나자 [헬리콥터 소리가 00이 말을 삼켜버렸어요]라고 했다. 어제는 선생님께 들은 '늑대이야기'를 실감 나게 해 주더니 "늑대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대요?"라고 결말을 궁금해한다. 결말은 주인공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주인공을 늑대로 생각한 모양이다. 가끔은 엄마와 아빠에게 [우리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아요]라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한다. 명작이나 전래동화를 거의 접한 적이 없는데도 명작식 혹은 전래식 결말을 좋아하는 00 이가 신기하다.


2006.12.18

어제는 영어그림책을 펴더니 종이에 글씨를 따라서 썼다. 운필력이 좋아져서 부쩍 그림 그리기나 쓰기 활동을 즐긴다. 한글 쓰는 실력도 많이 좋아졌다. 어제는 허공에 대고 글자를 써서 보여주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모음을 만들어 보여주기도 했다.


2006.12.19

시골에 가서 눈사람도 만들고 하며 즐겁게 놀 줄 알았는데 또래친구가 없어서 심심해했다고 한다. 눈에서 조금 산책만 했다고 한다. 집에 와서 '엄마 내가 엄마 보고 싶어서 일찍 왔어'라고 한다. 시골에 가서 전화한 통 안 했으면서...


2006.12.20

부쩍 식욕이 늘어서 하루 세끼 밥도 잘 먹고 두유, 우유도 잘 먹는다. 올 겨울에 많이 먹고 부쩍 클 모양이다. 얼굴 맞추기 빙고 게임을 했는데 생각보다 잘한다. 시각적 예민성 때문인 것 같다. 요즘은 '엄마 내가 조금 있으면 5살이 돼요'하며 5살이 되기를 기다린다.


2006.12.21

작년에 4살이 되었다고 알려주면 3살이라고 부득부득 우기더니 참 많이 큰 것 같다. 7살 언니와 노는 것을 좋아해서인지 빨리 7살이 되고 싶다고 한다. 7살이 되면 껌을 사달라고 한다. 7살이 된 00 이의 모습은 어떨지 상상이 잘 안 된다.


2006.12.22

토요일 아침부터 열이 나더니 밥을 전혀 먹지 않는다. 탈진할까 봐 두유를 조금씩 먹었다. 이틀 열이 나더니 다시 먹기 시작했다. 열이 나자 춥다고 이불을 찾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힘든 것을 표현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2006.12.26

지하철 타고 백화점에도 가고, 롯데월드에도 갔다. 아픈 뒤끝이라 아빠와 함께 있어서 계속 안아달라고 하는 등 어리광이 심했다. 아프지 않았다면 눈썰매를 타러 갔을 텐데 아쉬웠다. 스키복은 내년에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2006.12.27

요즘은 아기흉내내기를 즐겨한다. 약을 먹을 때도 빨아먹고 싶어 하고, Baby라고 불러달라고도 하며, 기어 다니면서 '엄마 아기 같지?'라고 한다. 00 이도 쑥쑥 크는 것이 그래서 이제 아기가 아닌 것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2006.12.28

어제저녁에 유성매직으로 기차를 그렸다. 그림 재료에 따라서 그림의 느낌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기차를 타 봐서인지 구체적인 기차 그림을 그렸다. 다양한 재료를 제공해서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를 계속 즐기도록 해주고 싶다.


2006.12.29

연휴에 베이비카페, 서점, 바다 등 00 이가 마음껏 야외에서 놀았다. 맑은 콧물이 남아있어 약간 걱정스러웠는데 00 이는 오히려 밖에서 뛰어놀며 감기를 이겨냈다. 즐겁게 노는 00 이의 모습에 흐뭇했고 서점에서 천자문 책을 사서 하루 종일 가지고 다녔다.


2007.1.2

5살이 되었다고 무척 뿌듯해하는 00이다. 얼마큼 크면 7살, 10살이 되는지도 물어보고 떡국을 두 번 더 먹으면 7살이 되냐고 묻고 또 묻는다. 화장실에 가서 혼자 할 수 있으니 엄마는 가라고 하고 문을 잠그고 혼자 용변을 본다. 커가는 모습이 너무 기쁘다.


2007.1.3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신이 났는지 아빠랑 외출도 거부하더니 오후가 되니 아빠랑 서점에 가고 싶다고 한다. 서점에 가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 자주 데려가지 못하는 것 같다. 올해는 좀 더 자주 서점 나들이를 해야 할 것 같다.


2007.1.4

밤늦게까지 서류 작업을 하느라 신경을 못썼더니 혼자서 팔레트에 물감 짜서 붓꺼내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00이다. 어지르지도 않고 척척 물감놀이를 하다니 무척 대견하다. 미안해서 밀린 일을 뒤로하고 함께 책도 읽고, 로지꼬도 했다. 꽤 어려운 것 같은데도 꾸준하게 로지꼬를 해보려고 하는 00 이의 모습이 대견하다.


2007.1.5

물감놀이를 너무 좋아해서 물감놀이를 할 수 있게 방에 종이, 팔레트, 붓을 준비해 두었다. 오늘은 붓으로 글자를 쓰고 싶어 한다. '다'자를 능숙하게 쓴다. 1월에는 미술 관련 공연에 가서 00 이의 욕구를 발산하도록 도와야 할 것 같다.


2007.1.8

어제는 큰 붓을 꺼내더니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고 했다. 큰 붓이어서 자세한 표현은 하지 못했지만 쉽게 지면을 채우면서 재미있어했다. 저녁에 책을 많이 읽어주었다. 앞으로는 요일마다 정한 활동을 꼭 해보려고 한다. 월요일, 화요일은 아빠랑 놀고, 수요일은 한글공부를 하려고 한다.


2007.1.9

어제 오랜만에 한글교재를 읽혔더니 꽤 잘 읽었다. 얼마 전에는 2-3장 읽고 안 하고 싶어 하더니 5-6장을 계속 읽었다. 읽으면서 뜻을 모르는 단어들도 읽는 모습에 놀랐고, 아직 뜻을 알려줘야 할 단어들이 많음을 새롭게 느꼈다. 단순한 읽기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들을 간과한 것 같다.


2007.1.10

오랜만에 동화구연 CD를 틀어주었다. 00 이가 '엄마 아저씨는 책 많이 읽어줘도 목 안 아파?'라고 물어봤다. 내가 책을 읽어주면서 많이 힘들어했나 보다. 00 이는 동화구연 CD보다 내가 읽어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아마도 나랑 읽으면 00 이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늘리고 줄이는데 CD는 글만 읽으면 다음장으로 넘겨야 해서 그런 것 같다.


2007.1.11

앞으로 목요일 저녁에 품앗이(한글, 오르다)를 하고 금요일에는 서점에 가려고 한다. 금요일 퇴근이 항상 9시 정도여서 힘들기는 하지만 금요일 잠깐이라도 서점나들이를 하면 00 이가 무척 좋아할 것 같다. 일을 하느라 00 이에게 좀 소홀한 것 같아 계획을 세워봤는데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적다


2007.1.12

저녁에 00 이와 오르다 게임을 했다. 낮잠을 안자 졸렸는지 8시에 곯아떨어져서 새벽 4시에 깨어 놀자고 하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덕분에 내가 아주 피곤하다. 오르다 게임교구가 집단으로 활용하기에 양이 적어서 어제 색종이와 과자케이스를 이용해서 몇 가지 만들어 보았다. 돈 안 들이고 교구 만들어서 뿌듯하다. 00 이와 다시 해보아야겠다.


명작 동화책의 결말은 항상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이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이 말을 종종 했다고 육아일기에 쓰여 있는데 사실 내 기억에는 이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아이에게 우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니?라고 언젠가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이슬이의 첫 심부름]이라는 책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정말 좋아하는 책이었고, 이 책 덕분에 얼마나 심부름을 해보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마트에 가서 종이에 적힌 물건들을 스스로 골라보게는 했지만 겁이 많은 나는 이슬이처럼 스스로 마트에 다녀오도록 하지는 못했다. 딸아이는 엄마가 안전을 너무 중요시했다는 불만을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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