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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안 보기로 했어요

육아일기(48개월)

by 친절한 상담쌤

2007.2.13

아빠와 시간을 많이 보내서인지 저녁에는 엄마 곁을 떠나지 않았다. 비가 내리는 '똑, 똑'소리를 귀신소리라며 엄마에게 알려준다. 이제 전화로도 얼마나 길게 이야기를 하는지 모른다. 아빠에게 전화해서 "나야"라고 말한다.


2007.2.14

이제 한글을 곧잘 쓴다. 어제는 프린트한 자료로 '가'부터 '하'까지 써보았는데 어려워하지 않고 즐거워했다. 숫자 쓰는 것도 무척 즐거워한다. 이제 한글은 도와주지 않아도 조금씩 늘어가는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서]라는 책을 무척 좋아하며 읽는다. 00 이와 지하철을 타러 가봐야 할 것 같다.


2007.2.15

설연휴 동안 감기몸살로 앓아누운 엄마 때문에 00 이는 아빠와 휴가기간을 보냈다. 다행히 사촌들과 어울려 즐겁게 잘 논 것 같다. 또래하고의 놀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2007.2.16

00 이가 가위를 사용한 경험이 적어서 저녁에 색종이를 가위로 잘라보도록 하고 있다. 색종이, 풀, 가위를 가지고 이것저것 만들어 보고 색연필, 싸인펜으로 꾸미며 노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다. 열심히 만들고 그려서 엄마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2007.2.21

엄마와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진 00이다. 엄마와 꼭 껴앉고 쉬하고 싶고,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똥을 싸고 싶다고 한다. 명절동안 엄마와 못 놀아서 유난히 엄마를 원한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007.2.22

엄마가 즐겨보는 [외과의사 봉달희]를 00 이도 좋아한다. 봉달희 선생님이 좋다고 한다. 지난 주말에는 [하얀 거탑]을 보더니 의사들이 나오자 '엄마 봉달희 선생님은 왜 안 나와'라고 묻습니다. 요즘 장래희망은 '의사'이다.


2007.2.23

주말에 롯데백화점, 2001 아웃렛, 플레이 키즈 그리고 다시 롯데백화점으로 쉬지 않고 돌아다녔다. 00 이도 녹초가 되었다. 옷사주는 것보다 서점가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책 한 권 사서 너무 좋아하는 00이다. 많이 커서 속옷, 양말,신발도 사주었다.


2007.2.26

토요일에 하루 종일 밖에서 놀아서인지 일요일에는 품앗이 하나하고 집에 있었는데 나가자고 하지 않는다. 00이랑 집에서 책도 읽고 스티커도 붙이고 가베도 했다. 가베 가지고 노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시간이 되면 가베 수업도 더 했으면 좋겠다.


2007.3.8

영어유치원 시간에 약간 흥분한 것 같다. 집에 오는 길에 하루동안 한 일을 열심히 이야기해 주더니 간식 먹고 책 한 권 읽어주었더니 바로 잠이 들었다. 첫 적응이라서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는지 짜증을 좀 냈다. 영어선생님께 'Hello'라고 인사했다고 하고 'Amy'라고 이야기했더니 선생님이 'Hello, Amy'라고 인사하셨다고 한다. 성인 남성에게는 낯을 가리는 편인데 작 적응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2007.3.9

오늘은 James 선생님께 'How are you', 'Find, thank you'라고 말하는 것을 배웠다고 엄마에게 번갈아 말해보자고 한다. 태권도장에 가서 공놀이를 했는데 '풍선'이라는 노래가 나왔다며 노래를 불러 보였다. 조재형이라는 친구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단짝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다. 00 이가 재형이만 좋고 재형이하고만 놀았다고 한다.


2007.3.12

매일 하원하면서 00 이가 해주는 이야기 듣는 것이 참 재미있다. 요구르트를 마셨다면서 '내일도 주실까?' 하며 기대를 하기도 하고, 무엇을 배웠는지 직접 시범을 보여 준다. '아빠별이 올라갑니다'하며 손유희도 하고 'Hello~Nice meet you~Hello'하며 시작인사 노래도 불어주었다. 'One little finger'도 정확하진 않지만 불러주었다. 풍부한 지적 자극에 00 이가 힘들어하진 않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오히려 00 이는 지적 자극을 받아 쑥쑥 성장해 가는 것 같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내 삶의 즐거움 중 하나는 TV드라마를 보는 것이었다. 그전에는 엄마가 드라마에 빠져 있는 것에 별 관심이 없던 아이가 이때부터 엄마가 드라마를 보면 같이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 교육을 위해서 TV를 안 보기로 결심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안 보다가 급기야는 아예 TV를 없앴다. 그래서인지 아이도 초등학교 때 코미디 프로 외에는 특별하게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 같다. 요즘에야 아이패드와 핸드폰으로 방송을 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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