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생후 11개월)
2004.1.17.
00이를 놀이방 반일반에 보낸지 일주일이 지났다. 00이는 첫날부터 적응을 잘해서 너무 기특하다. 놀이방 선생님도 00이의 싸이클을 이제 이해하는 것 같아서 특별하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 2월부터는 종일반을 보낼 예정이다. 처음 반일반 보낼 때보다 오히려 걱정이 덜 된다. 역시 처음이 어려운 것 같다. 종일반에 적응을 잘하도록 6시간, 8시간, 10시간 잉렇게 점진적으로 맡기는 시간을 조절 할 예정이다. oo이가 지금처럼 적응을 잘해서 밝고 명랑한 모습을 유지하도록 주의를 기울려야겠다. 00이 적응시키면서 나도 출근준비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준비하는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 조금 더 참고 노력할 생각이다.
2004.1.25.
긴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물론 출근할때까지는 아직 한달이 조금 못되게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처리할 일들이 많아서 시간이 가는 것이 너무 아쉽다. 00이의 아랫이 두 개가 완전히 나왔다. 그래서 인지 밥도 잘 씹어서 먹는다. 밥, 반찬, 과일 등등을 모두 잘 먹는다. 좀 더 다양하게 먹이고 싶지만 재료와 조리법이 무척 제한적인 것이 아쉽다. 몇일전부터 00이가 혼자 일어서서 꽤 오래 서 있는다. 그러다 넘어지다 다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매일 커가는 모습이 신기하고 대견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한 두 발짝 뛰면서 또 나를 놀라게 할 것 같다. 걷기 전에 돌 사진을 찍어야 한다니 이제 예약을 해야 한다. 가족 사진도 찍고 00이 혼자서도 찍고 그럴거다. 한복도 준비했고, 원피스도 준비했다. 그런데 조바위와 모자를 썼을 때 00이가 무척 싫어해서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2004.1.28.
00이가 매일 커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밥을 먹는 것도 그렇고, 몸놀림도 그렇고...요즘은 안녕하라고 하면 손을 흔든다. 언어자극을 알아듣고 반응하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대견하다. 누구에게나 관심을 보이고 그것을 표현하는 00이를 보면서 내가 정말 잘 키웠구나 하는 마음에 뿌듯하다.
2004.2.3.
찜질방에 다녀와서 00이가 콧물을 흘렸다. 잘먹고, 변도 좋고 해서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지만 병원에 가서 시럽을 얻어 먹였다. 하루 콧물을 흘리고 이겨내는 00이가 너무 대견하다. 의사선생님은 몇 번 감기를 앓으면서 더 건강해진다고 했다. 열도 1년에 6-7번 오르는 것도 정상이란다. 하지만 00이가 좀 더 건강하길 기원한다. 00이가 아프면 내가 너무 맘이 아플 것 같다. 00이는 요즘 숨긴 물건을 적극적으로 찾는 등 빠른 인지발달을 보이고 있다. 돌이 지나면 인지적 측면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홈페이지 제작만 마치면 한 숨 돌린텐데...요즘은 너무 여유가 없다
2004.2.12.
가족사진을 찍었다. 00이가 잘 웃어서 촬영이 무척 순조로웠다. 사진찍는 동안 00이에게 신경이 다 가서 내가 어떤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이쁘게 나와야 할텐데...다음 달에는 00이 돌사진을 찍어야 겠다. 00이가 표정도 밝고 사람들도 잘 따르니 돌사진도 잘 찍을 것 같다. 백일때는 잘 웃지 않아서 많이 안타까웠는데....시간이 참 잘도 흘러간다.
아이를 낳기 전에 전 저와 일을 구분하지 않으며 생활했었습니다. 원하는 전공을 했고, 전공을 살려서 취업을 했으니 그 일의 소중함이 너무 컸어요. 그리고 이때는 일로서 나의 존재 가치감을 느끼던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육아휴직을 마치고 바로 복직을 할 준비를 했어요.
그런데 결국 복직하지 못했어요. 전국 발령이 나는 저의 전직장에서 육아휴직 중 저를 서울에 있는 지사로 발령을 냈어요. 물론 아이가 없다면 출퇴근 가능한 거리였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다녀야 하는 저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남편은 출근은 빠르고 퇴근은 느려서 육아는 오로지 저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더구나 남편도 전국 발령이 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둘이서 출퇴근 가능한 지역에 사는 것이 항상 고민이었습니다.
참 아픈 결정이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남편의 생활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는데 나에게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끔은 억울하기도 하지만, 남편은 저처럼 아이의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이를 최선을 다해서 기른 경험은 온전히 저의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요즘 아이의 독립이 아쉽지 않은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 했던 시간을 밀도있게 다 보내서 그런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치열하게 보낸 엄마로서의 경험은 학부모 상담을 할 때 빛을 발합니다. 저는 항상 이렇게 말해요. 성공한 경험이든, 실패한 경험이든, 모든 경험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