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생후 13개월)
2004.3.21.
00 이가 돌잔치를 마치고 감기를 앓고 있다. 나 역시 감기몸살로 고생하고 있고... 00 이가 토하고, 열나면서, 설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하지만 00 이는 기력을 잃지 않고 병을 잘 이겨냈다. 아직 콧물이 조금 나기는 하지만 아루이틀만 조심하면 완전히 나을 것 같다.
이유식 완료기에서 이유식 중기로 후퇴를 했다. 차근차근 다시 이유식을 진행하려고 한다. 00 이가 이것저것 먹고 싶어 하기는 하지만 다시 장에 탈이 날까 봐서 조심스럽다. 00 이가 지금처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줬으면 좋겠다.
00 이의 돌잡이는 3월 13일 오전에 아빠와 엄마만 있는 가운데 치렀다. 집이 좁아서 식구들이 없는 편이 사진 찍기 좋을 것 같았다. 실, 통장, 대추, 쌀, 연필, 그리고 공책을 늘어놓고 00 이를 그 앞에 세웠다. 00 이는 처음에는 무얼 잡을 생각을 하지 않다가 통장을 집었고, 그다음에 실을 집었다. 사진을 찍었는데 잘 나왔는지 모르겠다.
엄마에게 00 이가 통장과 실을 집었다고 하니 참 잘 집었다고 했다. 내가 평균수명이 얼마나 긴데 ‘실’을 잡은 게 뭘 잘 집은 거냐고 했더니 오래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 건데...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평균’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건데 내가 이런 말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중하고 어린 생명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TV에서 보면서 나는 건강한 00 이가 있어 참으로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감사함을 참으로 쉽게 잊어버린 것 같다.
00 이의 돌잔치 준비는 생각보다 많은 아이디어가 생각났지만 실제로 해보니 만만치 않았다. 현수막은 커튼에 글자를 붙여서 완성했다. 원하는 크기의 현수막을 만들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천장 장식은 사온 재료 외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커튼끈을 연결해 달았다. 좀 더 여력이 있으면 몇 가지 만들면 좋았을 것 같았다. 5인치 풍선도 조금 더 있었으면 더 예뻤을 것 같다. 어린이날 다시 장식해 주려고 잘 풀어서 보관했다. 남은 재료로 한글·영어 글자판을 만들어 주려고 한다. 직접적인 교육보다는 그냥 노출시켜 주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적절한 교육이 될 것 같다. 00 이가 감기기운을 완전히 떨쳐내면 나들이도 가고 수영교실도 알아볼 생각이다.
00 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서 참 좋다. 00 이가 어서 말을 해서 이야기도 주고받고, 책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제나 잊지 않으련다. 00 이가 원하는 사랑을 충분하게 주는 엄마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걸... 앞으로 내 앞에 그리고 00이 앞에 어떠한 삶이 펼쳐질지는 모르겠다. 예전에는 이런 불확실성이 불안했지만 이제는 이런 무한한 가능성에 힘이 난다. 멋진 미래를 위해 파이팅!
몇 년 전 함께 일하는 선생님이 아이의 사주를 봐주신 적이 있다. 독학으로 10년 이상 명리학 공부를 해오셨다고 한다. 그 선생님이 아이의 사주를 말씀해 주시면서 "아이가 100살 넘어서까지 사네요"라고 하셨다. 명리학에 현재 100살까지 생의 모습이 보이는데 아이가 그때까지 생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가 돌잡이에서 실을 집었다는 글을 읽으니 그 일이 생각났다. 정말 명이 긴 아이였구나. 그 이후로 불안감이 많은 엄마는 더 대범해졌다. 우리 아이는 명이 기니까. 별 일이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00아. 오래오래 살아주어서 고맙다. 그 시간들을 많은 행복으로 채우며 살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