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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구 검사를 했어요

육아일기(생후 15개월)

by 친절한 상담쌤

2004.5.13

저녁 5시, 새벽 2시 45분 39도 해열제 4cc 복용. 다른 증상은 없는데 자꾸 열이 나서 의사 선생님이 백혈구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했다. 너무 어린아이의 피를 뽑는 것을 보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픈지 속상했다.


2004.5.14

콧물이 조금 있고, 열은 나지 않았다. 장난감 담고 노는 것을 즐겨한다. 과자케이스를 이용해서 다양한 담는 것을 만들어 주었더니 나무 블록을 담았다가 꺼내면서 논다. 구석이나 틈에 손을 넣어보고 싶어 한다. 코끼리 자동차 핸드에 손을 넣었다가 다시 꺼내지 못했다. 두 손을 모르고 '주세요'를 한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할 때 '안돼'라고 말하면 그 말을 알아듣고 행동을 멈춘다. 포기 안 하고 눈치를 보면 계속 표정을 굳히고 바라보면 포기를 한다.


2004.5.16

두유 2개를 지그재그로 쌓는 모습을 보여주고 쌓게 했더니 그 위로 3개를 더 쌓았다. 두 손으로 주고받기 놀이를 할 수 있고, 물건을 숨기면 찾는 놀이도 했다. 물건 담는 놀이도 재미있어하며 종이컵을 들고 다니면서 작은 공이나 블록을 집어넣는다.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것을 좋아해서 엄마 코나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는다. 잠들기 전 1-2분 정도 잠투정을 한다. 볼펜으로 그리는 것에 재미를 붙여 이곳저곳 난화를 그린다. 그러다가 자기 몸에도 그리기도 한다.


2004.5.18

크레파스는 먹고 손가락으로 파는데 열중하고 볼펜을 주면 곧잘 난화를 그리면서 좋아한다. 도화지보다는 공책에 그리고 싶어 한다. 내가 매일 공책에 볼펜으로 무엇을 적는 모습을 보니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나 보다. 크레파스를 자꾸 먹어서 뺏었더니 아주 오랫동안 울었다. 벽에도 전지를 붙여주었지만 바닥에 공책 펴고 볼펜이나 사인펜으로만 그리려고 한다. 코끼리 자동차를 타면서 한 발로 서기, 옆으로 타기, 자동차 들기 등 스스로 확장놀이에 심취해 있다. 곰, 강아지, 원숭이 인형을 안아주는 인형놀이도 즐긴다.


2004.5.19

자기만 한 인형을 선물 받아서 00 이가 무척 좋아한다. 30분도 넘게 안았다가 안혔다가 끌고 다녔다가 한다. 지금도 00 이가 엄마가 쓰는 펜을 뺐어서 난화를 그리고 있다. 새로 얻은 사람인형, 피카추인형, 오리인형을 가지고 노느라 낮잠도 자지 않았다. 혈액검사와 소변검사가 모두 정상으로 나왔다. 약한 빈혈기가 있다고 한다. 요즘 밥도 잘 먹고 하니 곧 좋아질 것 같다. 요즘 숟가락질 연습을 놀이 삼아한 두 번씩 시킨다.


2004.5.20

이제 낮잠을 하루에 한 번만 잔다. 열심히 놀고 잘 먹는데 아직 콧물이 난다. 사인펜으로 난화를 그리면서 무척 즐거워한다. 굵은 사인펜을 사줘야겠다. 이제 원하는 것을 손으로 가리키거나 '어', '아'등의 소리를 통해 표현한다. 두유가 마시고 싶으면 두유를 가져와서 빨대를 가리키며 '어, 어'한다. 나날이 커가는 모습이 무척 대견하다.


2004.5.21

뇌염 예방접종


2004.5.22

혼자서 밥을 떠서 먹으려는 욕구가 강해졌다. 밥을 반공기 이상 혼자서 숟가락으로 먹는다. 혼자 밥을 잘 뜨지 못해서 밥을 떠서 주면 숟가락을 뺏듯이 쥐고는 먹는다. 밥도 예전보다 많이 잘 먹는다. 컵으로 혼자 물을 마시고 싶어 하는데 물을 모두 쏟기만 한다. 컵을 잡아주면 잘 마시고 무척 즐거워한다. 어제는 놀다가 짜증을 좀 내는 모습을 보였다. 엄마랑 난화 그리고, 산책하고, 신문지 찢고 코끼리 자동차 타며 놀았다.


2004.5.23

00 이가 건강해지고 날씨가 좋아서 하루에 30-40분씩 산책을 한다. 00 이가 걷다가 뛰다가 하며 무척 좋아한다. 사촌동생 돌잔치에 참석했다.


2004.5.25

예전에는 못했던 목공놀이를 오랫동안 하면서 놀랐습니다. 나사를 구멍에 끼우기도 하고, 빼서 상자에 담기도 했다. 수성매직으로 그림을 여러 장 그럈다. 잡기 쉽고, 잘 그려져 무척 즐거워했고 색이 나오는 것이 신기했는지 색이 나오는 부분을 손으로 만져보곤 했다. 음악을 듣다가 '안녕하세요'라는 가사가 나오면 허리를 숙여서 인사하고 '안녕'이 나오면 손을 흔듭니다. 상자나 케이스에서 물건을 꺼내고 담는 놀이를 요즘 가장 즐긴다.


2004.5.27

25일 밤 12시 37.8도(해열제 3cc), 26일 저녁 5시 38.5도(해열제 4cc), 27일 새벽 4시 39.5도(해열제 4cc). 약 먹고 열이 바로 떨어졌다. 병원진료 시 열감기라고 하셨다. 열나는 간격이 10시간 이상 벌어지기는 하지만 열기 삼일 연속으로 나고 있다. 설사기 약간 있어서 설사분유 함께 먹이기 시작했다.


2004.5.28

오후 3시 30분 38.5(해열제 3cc), 새벽 3시 30분 38.7도(해열제 4cc). 약 먹고 열이 바로 떨어졌다. 체력이 예전보다 부족한 듯 하지만 기분 좋게 잘 놀고, 잘 잤다.


2004.5.31

금요일 오후 2시 15분 39도(5cc, 3cc+2cc). 낮잠 중 체온이 올랐다. 토요일부터는 열나지 않고, 콧물하고 기침이 조금 난다. 낮잠은 조금 많이 자는 편인데 여름감기의 특징이라고 한다. 설가기 아주 역간 있다. 이유식은 종전대로 진행했고, 분유는 설사분유를 먹였다. 요즘 음악 들으면서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데 율동이 점점 다양해진다. 책을 책꽂이에서 가져와서 함께 보자고 한다.


2004.6.1

이제 열이 나지 않고 콧물도 조금 난다. 설사기가 있어서 당분간 흰 죽과 설사분유를 먹이고 있다. 옹알이 발음이 점차 뚜렷해져서 몇 가지 단어는 뚜렷하게 말하고 가끔 깜짝 놀랄만한 행동을 한다. 내가 '멍멍'짖으며 강아지 흉내를 냈더니 인형들 사이에서 강아지 인형을 가지고 와서 제가 낸 소리를 모방한다. 요즘은 나랑 상호작용하면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2004.6.2

예전에는 혼자 놀기를 즐겨하더니 요즘은 함께 놀자고 한다. 숨기고-찾기, 양말 신기기-벗기기를 좋아한다. 비행기 태우기, 시소놀이, 말타기놀이 같은 신체놀이도 즐긴다. 양말을 가져와서 앉으라고 하면 앉아서 발을 내민다. 아침에 옷을 갈아입히면 나가는 줄 알고 현관에 가서 신발을 신겨달라고 한다. 가끔 '예'하고 대답해서 깜짝 놀라게 하고, 아빠 양말을 주면서 아빠 가져다 드리라고 하면 다른 방에 있는 아빠한테 가져다준다.


2004.6.3

커가면서 금지시켜야 할 일들이 생긴다. '안돼'라고 단호하게 말하면 행동을 멈춘다. 간혹 멈추고 울거나 떼를 쓰기는 하지만 모른척하면 바로 포기한다. 필요할 때는 팔을 잡고 눈을 바라보면서 '안돼'라고 말해준다.


2004.6.4

다 나은 줄 알고 체크하러 병원에 갔더니 중이염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오후부터는 콧물이 거의 나지 않는 걸 보니 중이염도 빨리 좋아질 것 같다. 귀에 고름이 있는데도 잘 먹고 잘 놀았다.


2004.6.6

이제 콧물도 나지 않는다. 밥을 얼마나 잘 먹는지 모른다.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산책 가자고 조른다. 원하는 대로 산책 나가서 동네 한 바퀴 돌아서 온다. 계단 오르내리기가 점점 능숙해진다. 유아용 변기를 샀는데 00 이가 무척 좋아하며 혼자 올라가서 앉아 있는다. 그리고 변기통을 꺼냈다 다시 넣기도 한다.


2004.6.7

00 이가 요즘에 뛰어다닌다. 산책 나갔다가 넘어져서 다리를 다쳤다. 00 이는 피가 나는데도 아프지도 않은지 더 놀겠다고 떼를 썼다. 계단이 나오면 가다가 손을 내민다. 그러나 혼자 올라갈 수 있는 계단에서는 혼자 올라가 버린다.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에 대한 판단이 비교적 정확한 것이 신기하다.


2004.6.8

00 이는 요즘 엄마가 잠시라도 안 보이면 찾아다닌다. 혼자 놀다가도 뛰어와서 안겼다가 다시 놀러 간다. 아빠가 있어도 엄마만 찾아서 아빠가 요즘 서운해한다. 부쩍 안아달라고도 한다 그래서 요즘은 매일 안고 또는 업고 돌아다닌다. 밀가루 반죽을 지퍼백에 담아주었는데 별로 재미있어하지 않았다.


2004.6.9

00 이는 칫솔질을 참 좋아한다. 아침마다 아빠가 목욕을 시켜주면서 이를 닦이는데 혼자 칫솔을 잡고 이 닦는 흉내를 낸다. 엄마와 아빠가 이를 닦으면 00 이도 칫솔을 달라고 한다.


204.6.11

여태까지 사과를 갈아서 줬는데 오늘은 사과를 들고 혼자서 베어 먹었다. 너무 잘 씹어 먹어서 앞으로는 그냥 잘라서 주기만 해도 될 것 같다. 눈썹 정리하는데 00 이가 자기도 해달라고 해서 머리를 조금 잘라주었다. 머리 자르는 동안 얌전히 있었지만 내가 실력이 없어서 자르고 나서 조금 후회를 했다.


특별한 증상이 없이 자꾸 열이 나는 것은 백혈병 증상일 수 있다고 해서 피검사와 소변검사를 했다. 어린아이에게 피를 뽑는 것을 보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피 뽑고 검사를 보냈는데 피 뽑은 것이 잘못되었다고 다시 한번 뽑아야 한다고 해서 두 번이나 아이의 피를 뽑았다. 다행히 검사결과가 정상이었다. 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어릴 때 백혈병으로 하늘나라에 간 동네오빠가 생각나면서 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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