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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과의 전쟁 중

육아일기(생후 14개월)

by 친절한 상담쌤

2004.4.13

오늘은 책 한 권을 상당히 오랜 시간 가지고 놀았다. 예전에는 그냥 넘기기가만 하던 촉각책을 넘기고 정확하게 느끼게 된 부분을 만져보면서 놀았다. 거울이 달린 책은 한 장씩 넘기고 다시 반대로 넘기며 논다. 책 가지고 놀면서 옹알이도 많이 한다.


2004.4.14

부쩍 실외활동을 즐겨한다. 앞으로는 오후에 공원에 나가봐야 할 것 같다. 엄마, 아빠와 함께 흙, 솔방울, 낙엽잎도 만져보고, 그네랑 미끄럼틀도 탔다. 아주 즐거워하고 집에 들어오지 않으려고 떼를 썼다. 집에 와서 목욕하면서 아빠랑 물놀이도 했다. 물을 가지고 노는 것을 참 좋아한다. 갑자기 바나나 먹기 싫어하고 사과만 먹고 싶어 한다. 입맛도 변하나 보다.


2004.4.18

'열두 띠 까꿍놀이'라는 지금 0-3세 그림책 부분 1위를 하고 있는 책을 샀다. '거울아 안녕'이라는 거울 달린 책이나 촉각책보다는 아직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다음에는 몬테소리 헝겊책을 살까 한다. 어제 코끼리 자동차를 얻어와서 타고 놀았다. 너무너무 좋아한다. 핸들도 이리저리 만져보고 일어섰다 앉았다 하면서 앞으로 가려고도 한다. 식욕이 왕성해졌다. 밥양이 많이 늘었고, 간식도 잘 먹는다. 먹기 싫다고 할 때까지 좀 많다 싶어도 준다.


2004.4.19

저녁 내내 코끼리 자동차를 가지고 놀았다. 혼자서 타고 내리는 것도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익혔다. 집에서 벽에 큰 종이를 붙여놓고 색연필로 끄적거리게 하려고 시도해 봤지만 안 됐다. 크레욜라 크레파스를 사서 다시 시도해 봐야겠다.


2004.4.20

낮부터 열이 나기 시작해서 밤새 40도였다. 그 와중에도 잘 놀고 잘 먹었고 잠도 잘 잤다.


2004.4.24

4월 21일 수요일 오후 4시경 열성경련을 했다. 열이 39-40도 넘나들며 약을 먹어도 떨어지지 않아 소아과에 데려갔는데 병원 도착하자마자 경련을 했다. 차에서 혼자 있을 때 경련을 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의사 선생님께서 경련과정을 다 지켜보시고 돌발진이라고 이제 2-3일 열꽃 피웠다가 사그라든다고 했다. 4월 23일 금요일 낮 12시 30분 이후에 해열제 없이 정상체온 회복했다. 4월 24일 토요일부터 열꽃이 피기 시작했다. 좌약해열제를 많이 써서 설사기가 있다.


2004.4.25

아픈 끝이라 그런지 어리광이 생기고, 조그만 일에도 놀라 운다. 정서적으로 많이 약해진 것 같다. 많이 안아주고 만져주며 안정을 찾도록 노력하고 있다. 대변상태도 좋아져서 예전처럼 가리지 않고 먹인다. 잘 먹고 소화 잘 시켜서 기특하다. 노는 것은 조금 덜 활발하지만 곧 회복될 것 같다. 엄마랑 스타킹 잡아당기며 놀고, 동요 들으며 율동하고 코끼리 자동차를 타며 놀았다.


2004.4.26

전화 수화기를 들고 전화하는 흉내를 낼 수 있다. 음식을 먹을 때 엄마에게 먹여주는 습관도 생겼다. 때로는 먹던 것을 주기도 한다. 두 손으로 잡고 알맞은 크기로 잘라먹는 능력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크레욜라 크레파스를 사서 난화 그리기를 시도해 보았지만 그리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2004.4.28

어제부터 낮잠을 자지 않고 놀다가 저녁에 일찍 잠을 자고 있다. 낮잠을 2회는 자야 될 것 같은데,,, 좀 지켜봐야겠다. 기분이 예전처럼 좋아졌고, 활동량도 많아졌다. 밥양도 많이 늘었다. 많이 먹고 소화를 잘 시키는지 똥상태도 좋다.


2004.4.29

예전에는 통 속에 있는 것들을 꺼내기만 했는데 이제는 꺼내고 다시 담으면서 논다. 간식(치즈, 바나나)을 먹을 때도 스스로 잘라서 자기 한 번 먹고 엄마도 한 번 준다. 물건 주고받기 놀이도 좋아한다. 그런데 주었다가 바로 가져가 버린다. 완전히 건강해져서 무척 기쁘다. 오랜만에 00이랑 함께 쇼핑을 했다.


2004.5.2

토요일 새벽 2시부터 열나기 시작해서 아침부터 콧물, 기침함. 일요일 오후 4시 이후 열 떨어짐. 좌약해열제 쓰고 고형식 양이 줄어서 똥이 질다. 밥은 안 먹고 반찬만 먹으려고 한다.


2004.5.3

정상체온이다. 아직 콧물은 나는데 며칠 더 갈 것 같다. 식사는 종전처럼 하고 컨디션은 좋은 편이다. 요즘은 책장 넘기면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2004.5.4

이제 책꽂이에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책(하나 둘 셋 꼬마친구들)을 빼서 본다. 처음에는 우연히 그런 줄 알았는데 며칠 동안 동일한 책을 일정하지 않은 위치에서 뽑아서 읽는다. 조금씩 기억력과 선호도가 신장되는 것 같다. 아침에는 콧물이 많이 나지만 오후에는 거의 나지 않는다. 차도가 있는 것 같다.


2004.5.10

어제부터 뽀뽀해 달라고 하면(입을 내밀고 뽀뽀하는 흉내) 와서 뽀뽀를 하고 간다. 점점 하고 싶은 것을 나름대로 표현하고 있다. 오늘은 두유와 빨대를 가지고 와서 '어 어'했다. 그래서 두유에 빨대를 꽂아 줬더니 아주 맛있게 마셨다. 요즘 왼손을 심하게 빤다. 예전에는 잠자기 전에만 잠깐 빨았는데 요즘은 놀 때도 자다가도 빤다. 아플 텐데도 계속... 손가락 빨 때마다 두 손을 사용하는 놀이를 해서 관심을 돌리고는 있지만 걱정이다. 예전에는 2-3일 그렇게 했더니 안 빨았는데 지금은 더 애착을 느끼는지 별로 고쳐지지 않는다.


2004.5.11

의사 선생님과 상의해서 닥터썸을 채웠다. 처음에는 갑갑해했지만 신기하게 손을 빨지 않는다. 새벽 1시에 갑자기 38.5도까지 열이 났다. 4cc 해열제 먹고 바로 떨어졌다. 콧물색깔이 하얀색으로 바뀌었고, 양도 현저하게 줄었다. 감기증상이 굉장히 좋아졌는데 갑자기 열이 나서 조금 놀랐다.


2004.5.12

오후 8시 30분, 새벽 3시 30분에 38도로 열이 나서 해열제 3cc 복용했다. 이제 콧물도 거의 나지 않고 새벽에 기침을 조금만 했는데 열이 나는 것이 이상해서 소아과에 갔다.


00 이가 열성경련도 하고 열과의 전쟁을 했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내가 얼마나 열에 민감했던지 손으로 아이의 몸을 만져보고도 정확하게 체온을 맞출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능력이 없는 것을 보면 간절함에 생긴 능력인 것 같다. 그리고 몸이 뜨거운데 체온 측정 시 얼마 나오지 아니면 곧 열이 더 날 싸인이고, 그 반대의 경우는 열이 떨어질 싸인이라는 것을 체험적으로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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