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27개월)
2005.5.13
혼자서 변기에 앉아 대변을 봤다. 아직은 대변을 보는 것도 소변을 보는 것도 우연적으로 이루어진다. 느긋한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보려고 한다.
2005.5.16
주말에 놀이터에서 친구와 모래놀이도 하고, 물놀이도 했다. 모래를 삽으로 떠서 자동차에 싣기도 하고, 모래를 뿌리기도 했다. 모래를 먹어보려고도 했다. 얼굴과 머리카락 속에도 모래를 잔뜩 묻히고 신이 나서 놀았다.
2005.5.17
아직은 배변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금씩 배변 느낌을 알아가는 듯하다. 배뇨를 느끼면 다리를 오므리거나 손으로 바지를 움켜쥐는 행동을 한다.
2005.5.19
어제저녁에 스스로 변기에 소변을 보고 좋아했다. 아쉽게도 대변은 옷에 싸면서 '똥 싸'하고 말했다. 기분이 좋은 지 한동안 변기에 앉아있었다.
2005.5.20
이제 기저귀를 차지 않을 채 대변을 보고 싶을 때의 표정과 몸짓이 확실하다. 어제도 의사표현을 했는데 변기에 앉기 않겠다고 해서 바닥에 쌌다. 어떤 때는 변기에 앉기 싫어한다. 꾸준하게 지도를 해봐야겠다.
2005.5.24
콧물양이 많이 줄었다. 어제 지은 약만 먹으면 다 나을 것 같다. '출발', '고마워', '가자'등 어휘가 무척 늘어 어른스러운 말을 많이 사용한다. 혼자서 노는 것도 즐겨 방문까지 닫고 혼자 놀고 있기도 한다.
2005.5.25
이제는 혼자서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것이 많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혼자서 힘들기는 하지만 바지도 입고, 신발을 신고 벗는다. 할 수 있는 일은 도와달라고 하지 않으면 스스로 하도록 기회를 준다. 요즘은 핸드폰으로 벨소리 듣는 재미에 빠져있다.
2005.5.26
아침, 저녁에는 콧물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콧물시럽만 먹인다. 약 먹는 것을 좋아해서 고집을 피우다가도 '약 먹으러 가자'라고 하면 바로 따라나선다. 다른 아이가 약을 먹으면 '약'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가베의 직사각형을 '네모'라고 말했다.
2005.5.27
00이의 언어모방이 언어습득으로 이어져 이제 아는 단어의 수가 많아졌다. 친구와 장난감 차례대로 가지고 놀기 및 타기 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키지만 완전히 언어적으로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꼭 필요한 교육이라서 지속적으로 하려고 한다.
2005.5.30
아프기 때문인지 자면서 토하고 싶은지 괴로워했다. 이유 없이 고집을 부리고 상당히 긴 시간 뒹굴며 울었다. 잠시 기다렸다가 안아서 달래주었다. 맘이 아프다. 발진에 거의 차도가 없고 얼굴 부분은 접촉 때문인지 더 빨개진 것 같다.
2005.5.31
목이 많이 부어서인지 밥을 잘 먹지 않는다. 아플 때라서 원하는 만큼만 먹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언제는 대변을 보지 않았다. 주말에는 유아용 변기는 싫다고 하고 어른 변기에 유아용 시트를 깔고 소변을 봤다. 아파서 배변훈련이 중단되어 아쉽다.
2005.6.1
자신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면 '하지 마'라고 하면서 운다. 어제는 '아파서 기침해?'라고 물어서 저를 깜짝 놀라게 했지. 밥을 잘 안 먹고 반찬만 먹으려 하고 두유나 요구르트만 찾아 조금 걱정이 된다. 기분이 한결 좋아진 것 같다.
2005.6.2
발진도 거의 사그라들었고, 약도 먹지 않는다. 예전보다 먹지 않은 이유는 두유를 너무 많이 마시기 때문인 것 같아서 두유량을 좀 줄이려고 한다. 요즘 구슬꿰기를 매일 시도하는데 어려워한다. 여러 번 시범을 보여도 못했다. 몇 번 시도를 하다가 '해줘'라고 말한다. 일본 뇌염 예방접종 했다.
2005.6.3
몸이 좋아지니 고집을 부리는 것도 한결 좋아진 것 같다. 식사량도 많이 늘었다. 종이접기를 함께 해보았는데 아직은 힘들어 보인다. 이제 알려주는 말을 모두 따라서 한다. 존댓말을 가르키고 있고, 유아어로 말하면 고쳐서 알려주고 있다.
2005.6.7
언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인 것 같다. 알려주지 않은 말도 이제 상황에 맞게 많이 한다. 그런데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간혹 알아듣지 못할 때도 있다. 알아듣지 못하면 화를 내기도 한다.
2005.6.8
요즘은 서랍에 있는 자신의 옷을 꺼내어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한다. 돌돌 말아서 옷을 주기도 한다. 잠바를 입어야 나간다고 생각해서 더운데도 잠바를 입히라고 한다. 주말에 아빠와 등산을 다녀왔는데 무척 잘 걷고 좋아했다고 한다.
2005.6.9
이제 제법 가베를 가지고 뭔가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하고 즐거워한다. 매일 다른 가베를 하나씩 꺼내주어 무언가 만들어 볼 기회를 주려고 노력한다. 아직은 가베를 담았다가 쏟는 놀이를 더 즐긴다
2005.6.10
민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모방하면서 사용하는 어휘가 부쩍 늘었다. 자신이 한 말을 따라서 말해주지 않으면 말할 때까지 반복한다. TV에 자신의 모습이 나오도록 해주면 신이 나하고, TV를 가리키면서 '보여줘'한다.
원하는 것은 최대한 하게 해 주고, 원하지 않는 것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안 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키웠다. 그래서 이것저것 경험을 많이 해보게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언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자신의 의사를 말로 표현하니 신기했다. 항상 일하느라 바빠서, 체력이 좋지 못해서 아이와 충분하게 놀아주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 그런데 육아일기를 보니 그래도 꾸준하게 놀아주는 모습이 있어서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