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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개념이 생겼어요.

육아일기(26개월)

by 친절한 상담쌤

2005.4.13

쇼핑센터를 혼자서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한다. 시식코너의 음식을 먹고는 맛있으면 '또 줘'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놀았는데도 집에 들어오는 것을 아쉬워한다. 그래도 집에 있는 '멍멍이'가 기다린다고 하면 들어와서 강아지 인형을 안아준다.


2005.4.14

친구와 함께 노는 것을 즐거워한다. 상호작용을 곧잘 한다.


2005.4.15

요즘은 거의 문장으로 이야기해서 의사소통이 잘 된다. 말하기를 즐겨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2005.4.16

주말에 지방에 다녀오는 장거리 여행을 했다. 00 이가 무척 신나 했지만 체력적으로는 힘들어했다. 이제 제법 상황에 따라 말들을 많이 한다.


2005.4.19

00 이가 요즘은 더 샘도 내고 엄마를 더 필요로 하는 것 같아서 맘이 아프다. 00 이와 스킨십을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2005.4.20

소유의 개념을 익혀서 '아빠 거'.'엄마 거', '00이거'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 장난감 나누어 놀기가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방에 들어가 책도 읽고 주방놀이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말 많이 큰 것 같다.


2005.4.21

'기저귀 싫어'라고 하면서 기저귀 차는 것을 싫어한다. 배변훈련을 더 따뜻해지면 하려고 하는데 앞당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조금 빠른 듯한데,.., 할 수 없이 낮에는 기저귀 없이 지내보았다.


2005.4.22

어제 낮잠을 자지 않아서 초저녁부터 계속 잤다. 기침도 조금 하고 맑은 콧물이 조금 비치는 등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다.


2005.4.25

주말에 변기에 대변을 봤다. 조급한 맘은 없지만 스스로 변기를 찾아서 대변을 누니 무척 대견하다. 손톱을 뜯다가 이제는 발톱까지 심하게 뜯는다. 많이 아플 정도로... 아이에게 더 신경을 써야겠다.


2005.4.26

이제 기침도 하지 않고 감기가 다 나았다. 어제는 유모차 타고 싶다고 해서 유모차를 타고 다녔다. 유모차 태우고 자주 산책을 나가려 한다.


2005.4.27

남자아이들이 변기통만 들고 쉬하는 모습을 봐서 자기도 변기통만 빼들고 쉬를 하겠다고 한다. 앉아서 쉬하지 않으려고 한다.


2005.4.28

약 먹는 것을 좋아해서 다른 아이들이 약을 먹으면 부러워하고 마시고 싶어 한다. 요 근래 손톱과 발톱 물어뜯는 습관이 많이 없어졌다.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신경을 쓴 것이 효과가 있는 것 같다.


2005.5.2

소유의 개념이 생겨서 요즘 '내 거'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 샘도 많이 내는 것 같다.


2005.5.3

줄을 묶어 만든 기차를 타고 '칙칙폭폭 땡'하면서 집안을 뛰어다니는 걸 좋아한다. 고리를 발에 끼고 '신발'이라고 하기도 하고, 접시를 돌리면서 '부릉부릉'운전하는 흉내를 내기도 하는 등 놀이를 만들어 즐길 줄 안다.


2005.5.4

매일 저녁에 아빠에게 가자고 조른다. 하얀색 차를 보면 '아빠다'라며 뛰어가고 엄마 차와 같은 종류의 차를 보면 차 타고 가자고 막 문을 열려고 한다.


2005.5.6

예전에는 자기 사진을 보고 '아가'혹은 '언니'라고 말했는데 이제는 '00이'라고 말한다. 자아개념이 생긴 것 같다. 때로는 자신을 가리키며 '00이'라고 말한다.


2005.5.9

예전에는 몰랐던 이름이나 명칭을 잘 말한다. '예현'이와 '준범'이는 아가라고 하고, '준서', '민'이는 이름을 말하며 친구라고 한다. 이제는 상당히 많은 단어를 기억하고 말한다.


2005.5.10

어제는 밖에 바람이 부니까 '아이 추워'하면서 집에 들어올 때 아무 말 없이 쉽게 들어왔다.


2005.5.11

요즘은 서랍에서 서랍에서 입고 싶은 옷을 직접 골라서 입도록 한다. 자신이 고른 옷만 입으려고 한다. 그래서 미리 옷을 꺼내서 놓고 입히곤 한다. 될 수 있으면 스스로 옷을 고르게 하지만 때로는 난감할 때가 있다.


2005.5.12

혼자서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앉았다가 일어서서 혼자 바지를 입기를 여러 번 했다. 누워서 팔을 내밀고 자신의 팔을 두드리며 '누워'라고 말한다. 그래서 누우면 무척 좋아한다.


발달심리학에서 배웠던 발달상황을 실시간으로 내 아이를 통해서 볼 수 있었다. 자기 개념이 생기고 소유개념이 생겼다. 하루가 다르게 인지적으로 언어적으로 발달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지금은 꽤나 쿨내 나는 딸이지만 이때는 정말 사람을 좋아했다. 매일 잠든 후에 귀가하는 아빠를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많이 기다렸다. 어느 날 다른 아빠들이 저녁시간에 퇴근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며 "엄마 저 아저씨는 지금 집에 와"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부러워하던 아이의 목소리와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런데 26개월에도 아빠를 기다렸다는 것은 이 글을 읽으면서 알았다. 우리 딸 참 아빠를 많이 기다렸구나. 이제는 아빠가 딸내미와의 시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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