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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4살은 피할 수 없나 보다

육아일기(33개월)

by 친절한 상담쌤

2005.11.14

입천장 헌 것이 나아서 이제 세끼 식사를 조금씩이라도 하고 있다. 밥양을 늘리고 두유 양을 줄이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감기가 나으면 본격적으로 밥을 많이 먹여보려고 한다.


2005.11.15

요즘 00 이의 모습을 보면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 손이 덜 가는 편이라 그동안 참 무심하게 보낸 것 같다. 앞으로 관심을 더 많이 쏟아 지금의 트러블들을 감소시켜보려고 한다.


2005.11.16

며칠 동안 보인 00 이의 부적절한 행동에 중이염이 한몫을 했다는 것을 알고 오히려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적인 상처보다는 신체적인 상처 회복이 더 빠르고 쉽기 때문이다. 항생제 투약으로 눈에 띄게 증상이 호전되었다.


2005.11.17

여유시간에 그리고 00 이가 원할 때 00 이와의 시간을 값지게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제 기침은 하지 않고 콧물의 양도 무척 줄었다. 아마 중이염도 큰 차도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밥양도 줄었고 두유양도 줄었다. 세끼 식사를 하고 두유를 2-3개로 줄이고 있다.


2005.11.18

두유 양이 줄어들면서 남잠시 기저귀를 적시지 않고 낮잠시간도 짧아져서 밤잠시간이 빨라지는 등 생활습관 리듬이 좋아지고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식사를 할 시간이 생긴다.


2005.11.21

중이염이 심해도 보채질 않아서 기특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다행히 콧물과 기침 증상이 크게 호전되어 중이염도 곧 나을 것으로 기대된다. 식사량이 많이 늘고 음료량이 줄어 다행스럽다.


2005.11.22

한글수업을 기다리며 선생님을 찾았다. 한글수업이 즐거운 모양이다. 한동안 찾지 않던 한글공부를 하겠다고 말하는 횟수가 늘어 조금씩 복습을 하고 있다.


2005.11.23

기침, 콧물이 없어지고 중이염도 70% 정도 나았다고 한다. 이번 주만 지나면 완전하게 좋아질 것 같다. 명품테마 책을 골고루 읽을 수 있도록 신경을 써 주려고 한다.


2005.11.24

매일밤 그림책을 읽고 잠자리에 든다. 엄마가 한번, 00 이가 한 번 그림책을 읽는다. 대사가 생각나면 외워서 하고 아니면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지어낸다. 서점에 가서 동화책도 보고, 놀이터에서 뛰어다니며 놀기도 했다.


2005.11.25

요즘 새로운 책이 많이 생겨서 매일 저녁 00 이와 2-3권씩 책을 반복해서 읽는다. 책에 대한 흥미가 생겨서인지 새로운 책에도 흥미를 보이고 또 읽어달라고 한다. 어제는 00 이와 산책을 했는데 좀 쌀쌀해진 것 같았다. 00 이는 무척 즐거워했다.


2005.11.28

00 이의 책 읽어 달라는 요구를 모두 응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이 원한다. 책 읽어주는 것이 이토록 힘들 줄은 몰랐다. 중요한 시기임을 알기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주 1회 서점이나 도서관 나들이도 꼭 하고 있다.


2005.11.30

00 이의 언어능력이 많이 발달해서 이제 언어적인 설득이 가능하다. 잘못한 일이나 하면 안 되는 일을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요즘 아빠와 노느라 너무 늦게 잠자리에 드는 것을 바로잡아야 할 것 같다. 아빠는 서운해할 테지만.


2005.12.1

'가정법'을 이해하게 되어 00 이와 의사소통이 조금 더 원활해진 느낌이다. 커갈수록 바로잡아주어야 할 일들이 많아 부모로서 책임감이 많이 느껴진다.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지속되도록 매일 저녁 책 읽는 시간을 갖고 있다.


2005.12.2

저녁에 스스로 읽을 책을 골라서 안방으로 가지고 온다. 글자가 많은 책을 고른 날은 책을 읽어주는 동안 딴청을 피운다. 그래서 글자가 적은 책을 고르도록 유도한다. [예방주사가 무섭지 않아]라는 책은 꽤 긴 이야기인데도 관심과 흥미가 꽤 지속되고 있다.


2005.12.5

주말 내내 서울 나들이를 했다. 00 이에게는 힘들 수 있는 여정이었는데 무척 즐거워했다. 밤비니 공개수업에도 참여하고 여러 피아노를 눌러보며 재미있어했다. '곰 세 마리'를 연주해 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다.


2005.12.6

어제부터 신기한 한글나라 교재로 한글수업을 시작했다. 두배로 한글로 기초를 쌓아서인지 곧잘 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수업을 하려고 한다. 내년에는 한글을 읽어서 그림책을 스스로 읽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2005.12.7

낮잠시간이 빨라져서 다행스럽다.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먹는 재미에 빠져 매일 저녁 손잡고 사러 가자고 내 손을 끈다.


2005.12.8

차가운 날씨에 00 이와 외출이 망설여진다. 그래도 잠깐씩 바깥바람을 쐬어주려고 노력한다. 마음껏 뛰어놀게 하면서 키우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힘이 든다. 오늘은 가까운 대형마트로 나들이를 갈 생각이다.


2005.12.9

조금씩 '꾀'를 부리는 4세아의 특징이 발견된다. 커가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적절한 훈육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 반복적인 훈육으로 슬기롭게 이 시기가 넘어가길 기다리려고 한다.


2005.12.12

이제 많이 자란 00이 덕분에 외출하는 것이 재미있다. 차가운 날씨라서 산책은 어렵지만 대형마트에서 도서관에서 서점에서 00 이와 노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매일 저녁 아빠와 벽돌블록 놀이를 해서 구성력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예민한 아이를 키우면서 예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내 아이의 특성을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고 아이의 것으로 인정하면서 키웠다. 그러면서 이 정도면 순한 거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아이의 특성에 맞추어 키우려고 무지 노력을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참 잘한 일이다.

[예방주사가 무섭지 않아]라는 책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었던 책이다. 아직도 예방주사를 무서워하던 거인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실제로 00 이는 예방주사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참 잘 맞았다. 아픔을 잘 참는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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