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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 Aug 13. 2023

마음을 울리는 글

박완서 작가의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를 읽고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쓰고 싶었다. 읽는 것만으로 위로를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을 울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박완서 작가는 마음을 울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심신이 지친 9월의 어느 날 우연히 뽑아 든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에서 큰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글이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육백이 편의 산문 중 서른다섯 개의 아름다운 글을 고르고 골라 문집으로 만들었기 때문일까, 여섯 개의 파트 어느 것도 아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파트 4. <사랑의 행로> 속 <달구경>이라는 제목의 산문이었다. 작가와 작가의 손녀가 달구경을 가서, 손녀가 작가에게 ‘왜 달이 나를 따라다녀요?’라는 질문에 작가는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는 내용이었다. 이 산문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나 역시 달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언제나 달을 보며 외로움을 달래기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기도, 감사의 기도를 올리기도 했었는데 작가 역시 그러했다는 내용을 보자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산문들은 내게 큰 울림을 주었다. 작가의 사색과 철학이 담겨 있는 내용이었고, 그것은 곧바로 자아 성찰과 세상에 대한 위로로 이어졌다. 그 위로는 세상을 사는 각기 다른 사람들에게로 향하는 연민의 시선이 되었으며. 나도 시선을 받은 그들 중 하나였다. 마치 어머니 품속에 안긴 듯 따뜻함 속에 스르르 잠이 들 것 같기도, 한이 해소되어 성불하는 귀신들처럼 내 영혼을 달래는 것 같기도 했다. 조금씩 흐르는 눈물이 혹시 페이지를 얼룩지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얼른 눈가를 닦아 냈지만, 결국 한두 방을 적시고 말았다. 그러나 그 얼룩마저도 이해해 주는 듯, 책은 나를 토닥였다. 왠지 눈물진 글은 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듯했다.


 내용뿐 아니라 문장도 아름다웠다. 최근 들어 해외 작가의 글을 주로 접했었다. 번역 서적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정서에 어색한 문장이 꽤 있었다. 반면 이 책은 달랐다. 황홀한 문장은 곧바로 나를 사로잡았다. 황홀,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작가를 꿈꾸는 나는 이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본 적이 없었다. 생각과 감정을 풀어내는 방법으로 음악이나 미술이 아닌 왜 ‘글’을 택했는지 다시금 깨닫게 한 정도였다. 그 문장력, 다양한 어휘를 사용함에도 어렵지 않게 감정과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박완서 작가의 문장력을 닮고 싶었다. 그리고 멈추었던 '글쓰기'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이와 같은 글을, 마음을 울리는 긁을 쓰고 싶었다.


 마음을 울리는 글, 그것은 절대 쉽지 않음을 안다. 그러나 만약 이 책을 접하지 않았다면 그것에 대한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후, 마음을 울리는 글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그러한 글을 쓸 수 있는지를 몸소 체험했다. 몸과 마음으로 다가오는 글은 이런 글이었다. 또한 소박하고, 진실되고, 단순해서 아름다운 것을 사랑한 박완서 작가의 삶을 그가 남긴 글을 통해 느끼면서 많은 것을 배워간 순간이었다.


 모진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상흔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 상흔을 어루만져주고 치유해 주는 것. 그리고 결국은 사랑과 희망으로 나아가게 도와주는 것. 이 책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그러한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마음을 울리고 세상을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되는 글, 그것이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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