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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 Dec 01. 2023

꽃피지 못한 서울의 봄

영화 <서울의 봄>

 그 밤의 반역으로 결국 서울의 봄은 꽃피우지 못했다. 2023년 11월에 개봉한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밤, 수도 서울에서 발생한 군사 반란을 다루는 정치, 스릴러, 액션 장르의 영화다. 영화 제목인 ‘서울의 봄’은 10.26 사건으로 유신 체제가 무너진 후 대한민국에 민주화의 희망에 찾아왔던 기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희망은 신군부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는데,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본 영화의 제목은 역설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신군부가 본격적으로 군권을 장악하는 12.12 반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운동권과 일반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회와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役)의 군사 반란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제목의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서울의 봄>은 배경이 된 12.12 군사 반란을 어떻게 영화적으로 풀어낼 것인지,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관객들의 긴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완성도의 가장 큰 관건이었으리라 추측된다. 영화는 철저한 고증 속에서도 두 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 동안 관객의 몰입을 유지시킨다. 도청 장면에서의 화면 분할과 군부대 이동 시의 교차편집, 사건을 요약하는 자막과 작전 전략을 보여주는 CG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서스펜스를 끌어낸 것이다. 즉, 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기법으로 관객에게 분석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서사적 측면으로는 등장인물 간의 협상, 군부대의 대규모 전차 이동, 배우들의 연기로 극적 아이러니를 만들어 낸다. 즉, 극 중 인물들은 모르지만, 관객들은 그들의 계략과 음모를 모두 알기에 서스펜스가 형성되고, 그것이 극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극 중 상황은 모두 뛰어난 고증 속에서 이루어지기에 영화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진다. 물론 더욱 극적인 장면을 위해 각색이 이루어진 장면이 존재한다.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 役)이 직접 휘하 부대를 이끌고 반란군과 대립하는 장면과 야포단에게 포격 명령을 내리는 장면이 포함된 영화 후반의 시퀀스는 실재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한편, 영화는 전두광과 이태신의 끊임없는 대립으로 극을 이끌어간다. 전두광은 그 모티브가 전두환인만큼 철저하게 악인으로 표현되는 반면에, 장태완 소장을 모티브로 한 이태신은 정석적이고 원칙적인 군인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각각의 캐릭터를 정립하고 두 캐릭터의 차이를 부각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먼저는 말투와 태도다. 전두광은 경남 방언을 사용하며 건들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어쩌면 군인보다는 건달에 가깝게 연출되는데, 이는 군 내 비밀 사조직이었던 ‘하나회’를 조직폭력배와 유사하게 연출하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이태신은 표준어를 사용하며 꼿꼿하고 차분하게 그려진다. 이를 통해 불처럼 타오르는 전두광의 이미지와 대비되어 물처럼 깊고 냉철한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두 인물의 대립은 이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전두광과 이태신은 그들이 입은 복장에서도 차이를 만들어 낸다. 전두광은 영화 내내 근무복 차림이지만, 이태신은 전투복을 입고 있는데, 이는 정치적 목적이 분명한 전두광과 군인으로서 품위가 있는 이태신을 대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계엄사령관이자 육군 참모총장 정상호(이성민 役)의 대사, “내가 정치를 맡길 거면 이 장군 당신한테 왜 맡기겠소! … (중략) … 육군참모총장으로서 군인 이태신에게 임무를 맡기겠습니다.”가 이러한 해석의 근거로 작용한다. 이러한 대비는 영화의 종결부까지 이어진다. 보안사에 끌려간 이태신이 벽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의문을 신음을 들으며 좌절하는 모습은 화장실에서 낄낄거리며 오줌을 싸는 전두광의 모습과 교차적으로 대비되어 관객에게 비참함과 분노를 느끼게 한다.


 이미 정해진 씁쓸한 결말로 치닫는 두 인물의 대립을 그려낸 영화 <서울의 봄>은 그저 단순히 영화가 아님을 엔딩을 통해 말한다. 영화 종결부, 반란군 지휘부가 모여서 국군보안사령부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다. 반란에 가담했던 사람들의 이후 행적이 각각 명시된다. 찰칵, 촬영과 동시에 그들의 모습은 실제 신군부 인사들의 흑백 사진으로 바뀐다. 민주주의의 꽃을 무참히 짓밟은 그들을 고발하며, 역사적 비극을 상기시키는 엔딩은 관객에게 큰 충격과 긴 여운을 남긴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고 전두광은 외쳤지만, 글쎄 과연 그럴까. 역사는 그들을 서울의 봄을 끝내버린 반역자로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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