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2월 28일에 개봉한 '갓랜드'는 흘리뉘르 팔메이슨 감독이 만든 영화로, 19세기 후반 덴마크 출신의 젊은 신부가 아이슬란드로 건너가 교회를 건축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19세기 후반에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아이슬란드 풍경의 습식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한다. 이런 영감을 반영하여 영화는 4:3의 화면 비율을 사용하며, 작품 내에서 주인공 신부가 습식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영화는 아이슬란드의 풍경을 정말 아름답고도 가혹하게, 때로는 소름 끼치게 묘사한다. 같은 장소의 계절의 변화도 연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아이슬란드의 사계절을 담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영화는 인간 내부의 갈등, 인간과 자연의 대립, 종교적 신념과 인간성, 그리고 덴마크의 아이슬란드 식민 지배 같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영화 속 다양한 주제들이 마치 영화 속 대상들처럼 아이슬란드의 압도적인 자연 속에 흡수되어 버린 듯한 인상을 준다.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이 아이슬란드의 아름답고도 오싹한 풍광뿐이라고 생각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소 모호하고 자연에 묻히는 듯한 주제의식이라고 보이긴 하지만, 영화는 오싹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선보인다. 아이슬란드의 그런 풍경을 영화관에서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극장에서 관람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 저절로 ‘신의 땅’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온몸으로 다가온다.
사진 아래부터는 자세한 스포일러를 포함한다.
영화는 덴마크의 아이슬란드 식민 지배 상황을 보여준다. 덴마크에서 이주한 카를은 아이슬란드의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잘 짜인 집에서 산다. 그의 집을 완성된 교회와 비교해 봐도 확실히 부유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슬란드 사람인 라그나르가 신부 루카스를 덴마크 악마라고 불렀을 수도 있다. 또한, 라그나르의 어머니는 일요일마다 교회에서 덴마크어만 사용하라는 지시에 따랐기 때문에 라그나르가 아이슬란드어를 약간이나마 알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식민지 동화 정책의 예로 볼 수 있다.
루카스가 아이슬란드 교회 개척지로 가는 과정은 어려움의 연속이다. 배를 타고 목적지에 바로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아이슬란드 본토를 가로지르는 어려운 경로를 택한 루카스는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무리해서 움직이려다 통역사를 잃게 된다. 소통의 어려움이 심화된 상황에서, 추위와 피로누적으로 인한 건강 문제까지 겪으며 죽음의 경계를 스쳐지나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루카스가 메고 다니는 카메라 가방은 마치 십자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진짜 십자가는 강물에 떠내려 보냈지만 말이다. 마침내 아이슬란드 교회 건설 지역에 도착한 루카스는 종교적으로 신실해 보이지 않는데, 이는 종교적 시련을 이겨내지 못한 인간을 묘사하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종교 자체를 풍자하려는 코미디로 보이기도 한다.
영화에서는 죽음을 겪은 사람과 동물이 자연 속에 묻혀서 썩어가는 모습을, 그것도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으로 반복해서 보여준다. 압도적인 자연을 보여주는 여러 씬 중에 포함되는 부분인데, 이러한 죽음을 보여주면서, '이 땅이야말로 신의 땅이고, 죽음과 삶은 결국 이 자연 속에서 이루어진다.'를 나타내는 느낌이었다. 신의 뜻을 전하러 온 신부마저 죽어서 뼈가 되어서 썩어가는 것을 보여주니까 말이다. 결국 신의 땅에서는,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그저 풍화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