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하기엔 너무 다층적인 나라를 감상한 한국 거주 외국인의 감상문
신간 '한국 요약 금지'를 읽었다. 한국에서 10년 정도 생활한 콜린 마샬이 저술한 이 책은, 다양한 글을 엮어 만든 것으로, 한국의 도시, 문화, 언어, 예술 등 여러 주제에 대해 탐구한다. 책의 제목을 한국 요약 금지로 정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한국에 대한 분석이 요약과 정리, 또는 특정 관점에 치우쳐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 기저에 있는 내용을 자세히 묘사하려고 한 의도로 제안받은 제목이라고 한다. 그 의도에 걸맞게, 책은 한국에 대해 꽤나 깊은 관점으로 여러 내용을 서술해 낸다.
책을 통해 저자는 한국에 대한 피상적인 분석만을 봐왔던 외국인들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에게도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저자의 한국에 대한 역사적, 문화적 측면에서의 깊이도 꽤나 상당했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평가하고 언급하는 김현옥 전 서울시장, 영화감독 홍상수, 배우 윤여정, 영화감독 김기영, 건축가 김수근을 보니 새로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적어도 저자가 한국에서 산 기간이 꽤나 길며,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얕지 않음은 알 수 있었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한국 전문가라고 소개하지 않고, 프랑스어 단어를 빌려 ‘코노셔’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감정가’등으로 번역되는 코노셔는 지식보다는 친밀함과 친숙함을 통해 감상하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이렇게 그동안 한국을 지속적으로 ‘감상’ 해왔고, 어떻게 보면 이 책은 그 감상들을 엮어낸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저자의 언어에 대한 이해 역시 좋았다. 저자는 한국식 영어, 한국식 외국어에 대해 설명하며, 그 어원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하고, 자신의 언어 학습을 비교하며 다른 한국의 외국인들의 학습, 또는 게으른 태도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는 이 머릿속 번역가를 없애야 한다.'는 대목이 가장 좋았다.
하지만 확실히 저자가 한국, 그중에서도 서울에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부분이 꽤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몇몇 분석은 너무 피상적인 느낌이 들긴 했다. 저자는 한국에서 TED 대신 세바시, 옐프 대신 다이닝 코드, 구글 지도 대신 네이버 지도를 사용하는 것을 한국 소비자의 기대와 인식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K- 갈라파고스화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새로운 서비스와 문화에 대한 규제와 배타성 때문에 익숙한 한국식 포맷을 찾는 경우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말했던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 그중에서도 서울을 좋아하는 이유 중 공감하는 부분도 많긴 했다. 서울은 세계 그 어느 도시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이며, 그 역동성의 측면에서 따라올 도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자는 모두가 싫어하지만 아무도 떠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서울이라는 도시와, 한국을 설명한다. 여전히 나도 저자처럼, '그래도 나는 서울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