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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ya Jan 10. 2024

#02. LC3

LC3 by Le Corbusier

LC3 by Le Corbusier, @spotti


모더니즘 건축가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르 코르뷔지에의 대표작을 소개합니다. 'LC3'는 그의 이름을 딴 LC 시리즈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아이코닉한 제품인데요, 강철 프레임과 검은 가죽의 조화가 모던하면서도 심플하여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LC3를 본 것은 아마도 서울의 브랜드 쇼룸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둥 앞에 놓인 푹신한 의자가 공간의 균형을 묵직하게 잡고 있는 듯한 감상을 받았습니다. 아쉽게도 "Please do not seat"이라 적힌 카드를 보고는 눈으로만 그 아름다움을 느껴야 했습니다.



혼자 제주도를 여행한 날, 한 오디오 청음바에 들렸더니 가장 상석에 위치한 의자가 바로 LC2였습니다. LC2는 LC3에 비하여 조금 더 좁고 높은 시팅과 등받이를 가지고 있지요. LC3는 그에 비하여 조금 더 넓고 바닥에 가까운 것이 특징입니다. LC2는 프랑스어로 그랑 콩포르(Grand confort)라는 애칭이 있습니다. 이를 직역하면 '위대한 편안함'인데요, 그만큼 휴식과 청음과 같은 환경에 적합한 의자란 뜻이겠지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휴식과 청음에 더 적합한 의자는 LC3가 아닐까 합니다. 조금 더 낮은 시팅과 넉넉한 너비가 몸에 긴장을 풀기에도, 이리저리 뒤척이기에도 제격이지요. 어찌 보면 LC3는 참 애매한 매력이 있습니다. 여기서 애매하다는 표현은, LC3가 소파와 의자의 경계선에 놓인듯한 크기와 안락함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 안락함은 스티브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완벽주의인 그가 LC3을 사용했다에 그치기보단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알만한 이야기지만 스티브 잡스는 디터 람스의 디자인 철학과 사조를 따라가고자 했던 인물입니다. 디터 람스의 말처럼, 좋은 디자인은 최소한의 디자인과 함께 눈에 띄지 않는 법입니다. 또한 기능적 유용성을 강조하기도 했지요.



디터 람스의 철학은 LC3에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LC3는 4개의 시트가 강철 통 프레임에 테트리스처럼 조립되어 정갈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갖추었습니다. 또한 거위털로 채워진 푹신한 가죽 시트들이 온몸을 감싸는 기능적 유용성도 충족하였지요. 



여담으로 디터 람스 또한 의자를 디자인하였습니다. 바로 아래의 이미지 620 chair인데요, 이는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더 편한 라운지체어로는 LC3에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620 chair by dieter rams, @architonic





LC3는 아이코닉한 제품인 만큼, 디자인을 카피 또한 시중에 널리 유통된다는 사실. 다행히도 LC3는 좌측 손잡이 하단의 스틸에서 제품의 고유 각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LC3의 제조사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제조 업체 Cassina인데요, 그들의 고유 각인과 생산번호, 디자이너 서명을 손으로 문질러 확인해 보길 바랍니다. 




LC3를 개인의 아름다운 휴식 공간에 비치하고 싶은 소망은 단순히 스티브 잡스가 불러온 화제 때문은 아닙니다. LC3의 애매한 경계가 주는 매력, 타임리스한 디자인, 편안한 착석감은 쉽게 다른 가구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가한 주말 저녁, LC3에 안겨 영화를 시청하는 멋진 어른이 된 상상을 해봅니다.  

LC3 by Le Corbusier, @spo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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