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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마 Oct 20. 2021

스트릿 우먼 파이팅

나는 결혼을 하면 이렇게 살아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TV 없는 집이다.

현재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신혼 초부터 TV 없는 집을 만들고 싶어서 TV를 구입하지 않았고, TV를 보는 것이 유일한 휴식이었던 남편을 위해 우리 집에는 24인치 TV 겸용 모니터가 있다. 그 조차 TV 수신 안테나가 없어 컴퓨터 모니터로만 사용하고 있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사랑의 불시착, 부부의 세계 등등 핫한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나는 청취자가 된다. 그렇다고 내가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다. 나는 로맨틱 코미디를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는 백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 바쁜 생활 속에 장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이 어려울 뿐 사실 나도 TV 보는 것을 좋아한다.

어쨌든 TV 프로그램의 트렌드는 알지만 즐기지는 않았던 나의 삶에서, 나를 '미치게' 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바로 스트릿 우먼 파이터. 요 녀석이 요즘 내 삶의 낙이 되어주고 있다.


나는 춤에 진심이다. 내가 그렇다고 엄청 춤을 잘 추는 행동파는 아니다. 그냥 나는 춤이 좋다. 기본적으로 흥이 많은 사람이다. 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나의 10대는 완전한 K-POP 그 자체다. 그때는 K-POP이라는 말보다는 가요라는 말이 주로 사용됐고, 그 달의 핫한 가요를 모아놓은 테이프를 길거리에서 팔던 시대다. 요즘 사람들이 추억하는 슈가맨이나 탑골 가요에 나오는 노래가 내가 10대 때 항상 들었던 노래다. 그 시절 나는 매주 방송 3사 음악프로그램을 놓치지 않았다.

가장 좋아했던 가수는 god였다. 발표된 앨범은 전부 소장하고 있고, 고2 겨울방학 100회 콘서트도 다녀왔다. 노래는 물론 춤추는 것도 너무 좋아해서 친구들과 만나면 무조건 노래방에 갔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god 노래를 들으면 랩까지 줄줄 읊는다. 그때는 가수들에게 열광했던 시즌이었던 거 같다.


20대는, 돈이 없던 10대와 다르게 월급이 있었기에 하고 싶은걸 할 수 있었다. 그때 회사 퇴근 후, 힙합 춤을 배우러 학원을 다녔던 것 같다. 무슨 춤 기술을 배운다기보다는 그냥 재미있어서 다녔다. 다이어트한다고 에어로빅도 다니고, 재즈, 힙합 등등 다양한 춤을 했었다. 전문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기보다 그냥 재미를 얻기 위해 다녔었다.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었던 거다. 나는 몸이 뻗뻗하고 안무를 잘 캐치하지도 못한다. 그냥 흥이 났다. 내가 나이트나 클럽에 먼저 눈을 떴다면 아마 죽순이가 되지 않았을까? 살짝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과 후회가 남는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가 되는 것 중 하나가 클럽 죽순이 못해본 것이다.

모든 춤이 재밌지만 그중 에어로빅이 단연 가장 흥이 돋는다. 에어로빅이 얼마나 재밌는지는 해본 사람만 안다. 기합을 내며 음악에 무아지경에 빠지는 그 느낌을.


30대에는 사실 흥이란 게 없었던 것 같다. 멜론 플레이리스트가 주로 동요나 만화영화 OST였기 때문이다. 가사 노동을 할 때 아주 잠시 리듬을 탈뿐, 새로운 노래를 들을 시간이 확연하게 줄었다. 음악의 흥이 노동 시간을 짧게 지나가게 해주는 역할을 주로 했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스우파 1회 예고를 접하게 됐다. 그 전에도 MNET 댄싱나인도 정말 푹 빠져서 봤던 기억이 난다. 춤추는 댄서들을 봄으로써 평범한 일상 속에 내면의 열정과 흥분을 깨워줬었다. 이번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특히 여성댄서들만으로 이루어지는 대결구도로 걸 크러쉬 매력이 빠져들게 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30대가 된 나의 눈에는 단순 그들의 춤 실력과 소름 돋는 뽐뿐만 아니라 그녀들의 도전과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댄서들의 나이가 20대~30대 초반이다. 이 시기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청춘이지만, 무엇도 확실하지 않은 커리어의 암흑기다. 이때 어떤 시간을 보냈느냐에 따라 30대 후반의 삶이 결정되는 것 같다. 10대의 삶이 20대를 결정하듯이 말이다. 젊음이 좋다지만 그 시절이 주는 풋풋하다 못해 어리숙하고 미숙함은 돌아보면 인생의 흑역사다. 그 미숙함을 탈피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과 열정을 쏟아부었던 것 같다. 당연히 자존감 바닥, 멘탈 바닥인 시절이다.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안 나올 수 있는 그런 시기. 상사에게 듣는 '열심히 말고 잘하는 게 중요해'라는 그 말이 너무 가슴 아픈 시기다.

그녀들에게 나의 20대의 모습이 보였다. 잘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고 내가 열심히 노력했던 시간과 달리 나오지 않는 결과로 인해 상처 받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그녀들의 눈물에서 나도 같이 울었다. 잘하고 싶어서 고군분투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이 너무 차갑고 무서웠던 어렸던 내 모습이 생각났다. 

스우파를 보면서 웃고 흥이 나고 눈물이 났다. 탈락 배틀했던 팀이 다음 미션에서는 1위를 하고, 1위로 승승장구하던 팀이 탈락의 위협을 느끼는 등 인생의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댄서들의 추는 춤의 장르가 다르고 그들만의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주제를 가지고 다른 퍼포먼스를 펼친 그들에게 누가 더 잘하는지 나누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눈여겨보고 싶은 것은 그들의 열정, 성장하는 모습, 그들이 다른 길을 걷는다고 할지라도 그들의 선택한 삶을 지켜보는 것이다. 그것이 삶의 재미인 것 같다.

내가 주인공인 내 삶에 원동력을 주는 것이 어찌 보면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삶이지 않을까. 생각보다 나의 삶을 완성하는 데는 지루하고 긴 느낌이 있다. 어떨때는 열심히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고 슬럼프가 올 때도 있고 감정 조절이 안되서 내 삶을 송두리째 잠식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때 다른 사람들의 삶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을 얻기도 한다. 그녀들의 삶이 나에게는 원동력이고, 몇 년 뒤 그녀들이 일구어낸 결과물들이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 같다.


그녀들의 삶을 응원한다!! 스트릿 댄서 파이팅~!!


보태기 1 : 요즘 요가에서 뮤직 플로우 빈야사 시간이 새로 시작되었다. 나는 여기서 춤의 열정을 쏟아낸다.

보태기 2 : 현재 내 유튜브는 모든 것이 스우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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