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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마 Jul 21. 2021

아침 하늘에 반해서

웬일인지 새벽 2시에 잠이 깼다. 다시 잠자리에 들려 노력했지만 그 어느 순간보다 정신이 또렷했다. 다시 잠들기 어려웠다. 그냥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핸드폰만 뒤적뒤적하고 있을 때 해가 뜨기 시작했다.

북태평양 고기압으로 인해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았다. 송송송 흩뿌린 듯한 뭉게구름과 어둠을 집어삼킨 떠오르는 태양의 빛이 이루는 하늘은 정말 아름다웠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두려운 마음이 한편에 있었지만 대충 운동복을 집어 입고 집을 나섰다. 검은 양말에 흰 운동화, 후줄근하게 늘어진 반바지와 작년 스프린트 대외에서 받은 형광 노란색 티셔츠까지. 누가 보면 패션 테러리스트라 할만한 옷을 입고 나는 기분 좋게 걸었다. 아직 이른 새벽 꽥꽥 오리 소리 같은 양서류과 생물이 울어댔고 아직 도시는 완전히 깨어나 있지 않았다. 그렇치만 공원에는 운동하는 사람들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주로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들이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하늘은 예뻤고, 나무는 푸릇했고, 호수는 고요했고, 나는 행복했다.


난 아침형 인간은 아니다. 어렸을 적 별명은 잠꾸러기였고 아침잠이 많아 매일 간당간당 학교에 도착하기 일수였다. 취직을 한 후 꼰대 상사의 일찍 일찍 출근하라는 말에 기준 출근 시간보다 10분~20분 일찍 출근하는 바람에 반강제적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했다. 많은 직장인들은 알 것이다. 아침의 10분은 오후의 1시간과 같다는 시간의 상대성 이론을 말이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지만, 주말에는 늦잠 자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엄마가 된 이후로 늦잠도 마음대로 잘 수 없어 반강제적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침을 일찍 시작하면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 밤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영화나 텔레비전 보기로 한정되는 것 같은데, 아침에는 생산적인 일을 하기에 더없이 좋다. 물론 잠이 많은 나에게 매일 아침에 무언가를 하라고 하면 고역이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내 하루는 달라진다. 피곤이 쌓여 자는 시간이 행복하고 소중하면, 그냥 자도록 내버려 둔다. 아침 햇살에 눈이 떠져 일찍 하루가 시작된다면 그렇게 기분 좋은 긴 하루를 보내곤 한다. 여지없이 오후에는 피곤하지만 나에게는 세상 행복하게 하는 커피라는 신비로운 음료가 있지 않은가?


오늘 우연히 아침 하늘을 본 것은 정말 행복한 시작이었다.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했던 토요일이다. 오늘같은 하늘이 무더운 대한민국 여름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이런 아침 하늘은 주로 북태평양 고기압이 힘을 행사할 때 볼 수 있다. 주로 엄청 추울 때나 엄청 더울 때이다. 날씨는 극과 극을 향하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에 감사할 따름이다. 미세먼지로부터 우리를 지켜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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