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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마 May 16. 2023

동물원(Zoo)이 아닌 보호구역(Sanctuary) 2

골드 코스트 - 커럼빈 야생 보호구역

골드 코스트 - 커럼빈 야생 보호구역 (Goldcoast - Curumbin Wild Sanctuary)


브리즈번에서는 론 파인 코알라 보호구역(Lone pine koala sanctuary)을 방문하고, 골드 코스트에서도 커럼빈 야생 보호구역(Curumbin wild sanctuary)을 방문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은 우리가 이곳 호주를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커럼빈 야생보호구역은 1947년 창립자 Alex Griffiths의 동물 사랑으로 시작된 역사가 깊은 곳이다. 보호구역 한편에 그에 대한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에 가면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본 직원들과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볼 수 있다. 인터뷰하신 분들이 대부분 머리가 흰 어르신들인 것을 보면 얼마나 오랜 역사를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이곳도 동물들을 볼 수 있는 것과 캥거루 먹이 주는 것은 론 파인과 비슷하지만 좀 더 규모가 크다. 작은 미니기차가 주요 사이트를 순환하고, 동물 병원이 있어 실제 동물을 치료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 나무와 나무 사이에 위치한 짚라인, 흔들 다리, 나무 오르기 등 Tree-top Activity가 가능하며, 호주 원주민인 Aborigin이 보여주는 공연이나 야생앵무새 먹이 주기 체험 활동이 있다. 개인적으로 두 곳 중 한 곳만 갈 수 있다면 커림빈 야생보호구역을 추천한다.

우린 이곳에서 주머니 속의 아기 캥거루와 엄마 등에 매달린 아기 코알라를 보았다. 실제로 주머니 속의 아기 캥거루는 처음 보았기에 너무나도 신기했다. 캥거루에게 주머니가 있는 것도 신기하고 아기 캥거루를 주머니에 두고 콩콩콩 뛰어다니는 엄마 캥거루의 모습도 신기하다. 여느 어미들이 그렇듯 캥거루도 자식 앞에서는 사납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아기 코알라도 조심히 등에 매달린 모습이 사랑스럽다. 세상의 모든 작은 생명체는 귀여움을 듬뿍 가지고 태어났나 보다. 사람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받는 걸 보면 말이다.

이곳은 야생동물을 위한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오전에 방문하면 치료를 받는 모습을 전면 통유리를 통해 볼 수 있다. 이곳은 1시 이후에는 문을 닫기 때문에, 다른 곳을 둘러보다가 시간이 늦어진 나는 아이들에게 동물병원 방문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다른 재밌는 구경거리에 빠져 가고 싶지 않은 듯했으나, 1시 이후가 되면 이곳은 문을 닫아 볼 수없다고 하자 그제야 가보겠다고 하여 서둘러 갔다. 사실 나는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둘째 아이가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투명한 통유리 안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침대와 조명, 각종 의료 장비가 보이고, 우리가 갔을 땐 뱀으로 보이는 생명체가 치료를 받고 있었다. 

딸 : 엄마, 동물이 어디 있다는 거야?

나 : 저기 침대에 하얀 천에 감싸져 있지? 저기 옆에 보면 뱀 무늬가 보여.

딸 : 어? 그러네? 진짜 그러네? 뱀은 어디가 아프데? 저 언니는 누구야? 왜 저기 있어?

질문이 쏟아졌다. 저 안에 있는 언니는 뭐 하는 사람인지, 뱀은 왜 저기 있는 것인지, 전시되어 있는 사진에 보이는 펠리컨의 눈은 왜 이렇게 무섭게 생겼는지(펠리컨 한쪽 눈이 다쳐서 치료를 위해 온 것 같은 사진이었다.), 왜 다쳤는지, 엄청난 관심과 질문에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아이는 동물 병원을 처음으로 보고 야생의 동물이 다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직접 접한 것이 신기하고 충격인 것 같았다. 동물들에 대한 연민이 생기고 불쌍하다며 동물을 치료해 주는 언니는 정말 천사 같다며, 자신도 나중에 동물을 고쳐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이이기 때문에 이 또한 쉽게 잊을 수도 있고, 잠시 스쳐 지나가는 호기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곳을 문 닫기 전에 급급하게 방문한 것을 후회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다. 그런 눈을 가진 순수한 아이들을 사회에 젖어 편견이 생겨버린 내 멋대로 판단하고 이끄는 것이 맞을까. 어른이라고, 엄마라고 항상 옳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야생에서 다치거나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상처받은 동물들이 구조되어 이곳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주인이 있는 애완동물들을 위한 병원과 다르게 이곳은 야생동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수익 구조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곳은 사람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기부금이 없으면 야생동물들은 치료를 받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그 기부금에 조금 보태어 마음의 용서를 구해 본다. 아이들은 왜 공짜로 돈을 주냐며 의아해했다. 아직 기부의 의미를 모르는 아이들은 이곳에서 또 하나의 진정한 가치를 배워간다.

목표 지점 없이 미니 기차를 타고 돌기도 하고, 배가 고파 공원에서 감자튀김을 먹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놀기도 하고, 동물을 구경하기도 하다 보니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야생 앵무새 먹이 주기 체험을 하기 위해 입구에 모였다. '앵무새가 야생이 있나?'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약속된 시간이 되니 나무 사이사이로 앵무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점점 새가 지저귀는 소리로 가득해졌다. 우리는 줄을 서 기부금을 내고 새 먹이를 줄 수 있는 접시를 받았다. 사육사와 봉사자들이 쌀뜨물 같은 먹이를 접시에 부어주는데, 새들이 날아와서 콕콕콕콕 먹는다. 우리는 사육사 반대편에서 기다렸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새 모이를 받는 데까지도 너무 오래 걸리고, 이미 다 먹고 배부른 새들이 오지 않아 아이들이 많이 속상해했다. 그때 한 아주머니께서 우리 아이들을 보시고는 자리를 비워주시며 새가 날아올 때까지 도와주셨다. 아이들이 속상해하는 것이 느껴지셨나 보다. (우리 아이들은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했던 말을 알아들으신 거 같지 않다.) 아주머니 덕분에 아이들은 신기한 새가 머리 위로 앉고 팔에 내려앉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이기적인 어른들 때문에 속상한 일이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이러한 친절함이 문화처럼 퍼진다면 조금 더 아이를 키우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 역시 그런 어른이 되어야지. 좋은 문화는 잘 퍼뜨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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