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해 우린 대화가 부족해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소한 오해 맘에 없는 말들로 서로 힘들게 해'
연인 사이의 다툼을 표현한 노래 자두의 '대화가 필요해' 가사다. 독특한 팀 콘셉트와 남녀 혼성을 이용해 대화하듯이 노래하는 곡이다. 이곡이 나왔을 때가 20대였던가. 그저 유행가 가사로 따라 부르곤 했는데 지금 들어보니 가사가 어쩜 이렇게 맘에 와 닿는지. 연인뿐 아니라 부부관계에는 대화가 필요하다. 사소한 오해가 싸이면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한번 깨진 곳은 다시 붙이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금이 가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다시 회복해야 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관계에서 어쩌면 사전 예방백신 같은 것이 대화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근데 왜 대화가 어려울까?
나는 나의 불만을, 부당함을,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하지가 않다. 속 깊은 대화하는 게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의 화가 쌓이고 쌓이다가 폭발을 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화를 표출하고 쏟아부아도 그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는다. 난 회피형 인간이다. 문제가 생기면 회피하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잠을 자거나 수다를 떨다 보면 화가 났을 때의 감정이 사라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화가 나면 대부분 정확한 지적보다는 화를 표출하는데 더 급급한 것 같다. 하지만 오랜 시간 관찰을 해보면 사람들은 말속의 내용보다는 그 말의 녹아든 감정을 더 먼저 받아들이는 것 같다. 화는 정말 신기하게 기하급수적으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 화가 났던 감정이 지나고 나면 '진실'이 남는다. 내가 무엇 때문에 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어떤 부분이 나와 내 남편의 불편한 기류를 조성하는지가 남는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서로의 변화다. 그럼 그 변화를 목적으로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집중해본다. 감정을 덜어내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한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 방법은 가장 효과적이어야 하고 인상적이어야 하고 가장 쉬워야 한다. 그때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뜨거운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이상하게 남편과의 관계보다는 회사에서 동료와의 관계가 더 쉽게 접근이 됐다. 여기서 회사의 동료는 적대적인 관계다.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심 당황스럽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 했다. '네 알겠습니다.' 하고 대화를 마무리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 화가 내 속에서도 일어난다. '아니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왜 화를 내?' 그때부터 고통이 시작된다. 일은 손에 잡히지도 않고 그 분함을 토로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여기서부터 연습을 시작해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면 수긍하고 더 이상 반박하지 못한다. 논리적으로 답변을 말해본다. 회사는 분명하게 R&R이 나누어져 있다. 이 부분을 공략한다. 더 많이 알고 경험이 많은 사람이 승리하게 되어있다. 그렇게 논리를 만들어 연습해본다. 다음 실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한다.
감정을 덜어내고 목표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한 연습은 아이들과 많이 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새하얀 백지 같은 아이들 앞에서 화를 내는 것이 후회로 돌아올 때가 많다. 그래서 마음에 참을 인을 새기며 설명해주고 또다시 설명해주었던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감정을 들어 내고 대화하는 연습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이 연습이 돌덩이처럼 굳어지게 된 이후부터는 '화'에 조금 덜 흔들리게 되었다.
그 이후로 관계가 조금 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먼저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아직 어색했다. 대화도 많이 해본 관계에서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3~4시간 대화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남편과는 몇 마디 대화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서로 대화를 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아직도 대화의 물꼬를 트는 일은 숙제 같았는데 남편이 육아휴직을 한 이후 우리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홀로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남편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지. 홀로 집에서 아이들하고만 있으면 대화가 필요하지. 어찌 보면 이게 우리 부부 관계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인지 모르겠다. 나와 남편이 서로 대화를 원하고 있는 이 시기가. 우리에게는 대화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