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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마 Mar 13. 2021

책과 함께, 하나 - 사랑하는 아내가 정신병원에 갔다

어렸을 적 읽지도 않았던 책을 어른이 되어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출퇴근 시간이 지루해서 책을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책 읽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되기 시작되었다. 그러다 보니 재밌는 소설책에 빠져 밤이 새도록 집중할 때가 생겼다. 내가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닌 책 보는데 밤을 새우다니. 어쩔 땐 신기하기도 하다. 흥미가 이끄는 데로 읽다 보니 자연스레 결혼생활에 대한 책들도 읽기 시작했다. 결혼생활에 대해 생각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책들을, 위로를 받았던 책들에 대해서 하나씩 이야기해볼까 한다.


사랑하는 아내가 정신병원에 갔다.

작가는 마크 루카치. 미국인. 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와 사랑하는 두 아이와, 불독 애완견까지 함께 지내면서 겪었던 삶과 생각에 대해 뉴욕타임지에 글을 기고하고 책까지 출판하게 되었다. 가장이자, 아빠이자, 남편이자, 교사이자, 작가인 마크의 이야기는 공감이 가면서도 내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처음에 제목을 보고 '작가가 아내를 정말 끔찍하게 사랑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제목만 보더라도 '사랑하는 아내'라고 적혀있으니 말이다. 책 표지도 두 사람의 다정한 흑백사진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 이것으로 절절하고 애절한 로맨스 책이라고 하고 생각했다. 이 책은 정신병원에 간 남편이나 아내를 둔 사람뿐만 아니라, 결혼생활 중 고난이 찾아와 다툼을 해본 적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나의 결혼생활에서 그 고난은 "육아" 였는데, 작가와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위로가 되었다. 나 혼자 이렇게 힘든 것은 아니구나. (육아부담을 주로 하는) 엄마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니구나. 이것은 육아를 주로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각이구나. 작가도 그렇게 아빠로서 살아가고 있구나.


결혼 전부터 부모로서의 최종 삶의 목표가 있었다는 것, 아이와의 교감과 함께하는 추억이 소중하다는 것, 우리만의 가족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 아이와 잠을 자면서 급격히 떨어지는 수면의 질을 견디고서도 행복하다는 것, 부부간의 육아 부담이 공평하지 않아 힘들어한다는 것.

내가 공감하는 것들이다.


작가는 힘든 삶의 대한 스트레스를 극한 고통을 주는 운동을 함으로써 풀어나갔다. 처음에는 서핑이었으나, 자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되면서 달리기를 한다. 아내와 치료 문제로 다른 의견을 보이면서 다툼은 잦아졌고 서로 각자의 휴가를 떠났을 때 작가는 자전거를 타고 쉼 없이 달리고 달리다가 사고나 나기도 한다. 그 극한의 상황이 작가에게는 뭔가를 이겨냈다는 희열로 다가오는 것 같다.

 

기억하고 싶은 순간, 하나.

첫 번째 발병을 이겨내고 난 후, 둘은 극심한 우울감에 빠진다. 마크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 내 삶이 왜 행복하지 않은지를 상담사에게 이야기하자 상담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둘에게는 쓰나미가 지나간 것이다. 정신병이 생겼을 때(쓰나미가 덮쳐왔을 때), 삶을 놓지 않기 위해 꼭 붙들고 버텨 살아남았지만 쓰나미가 지나간 자리에는 처참한 세상이 남는다.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지만 쓰나미 이전으로 돌릴 수 없다. 아내를 향한 나의 사랑과 당신이 사랑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쓰나미에 쓸려 사라져 갔다. 둘의 사랑은 다시 세워야 하고 함께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

다시 만들어간다는 건 어떤 것일까? 함께 다시 만들어갈 수는 있을까?


기억하고 싶은 순간, 둘

그렇게 둘의 관계가 멀어지는 것 같을 때, 둘은 여행을 다녔다. 여행 중 줄리아(아내)는 블루 밸런타인 이란 영화를 보고 마크를 찾아가 대성통곡을 한다.

"우리의 사랑이 식고 있는 걸까?"

둘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식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사랑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 마크는 그 의미에 반대했지만 나도 그런 생각이 많이 해본다. 어차피 사랑의 유효기간은 정해져 있고 그 기간이 끝이 나면 헤어지거나 우리네 부모님들이 말했던 정으로 지낸다는 것. 정으로 잘 지내려면 좋아하는 것이 비슷해야 하지 않을까? 아니 하나라도 좋아하는 것이 같아야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이 뭘까? 사랑이란 게 존재하긴 했던 걸까?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을 뭘까? 그 감정이 왜 지금은 느껴지지 않을까? 미움이 사라지면 다시 사랑이 찾아올까? 꼭 부부는 사랑해야 하는가? 생각해야 할게 산더미지만... 답은 언제 즈음 찾으려나.


기억하고 싶은 순간, 셋

마크가 결론 낸 사랑은, 그 안에 숨은 뜻을 발견해 내는 것이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도 '사랑해'였고, "내 생각엔 당신이 서두르는 것 같아"에 속뜻도 ' 난 당신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어. 내 생각과 당신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듣고 싶어. 우리가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게 말이야"였다. 그는 정말 그렇게 느낀 걸까? 아님 그렇다고 자기 최면을 거는 것일까? 마크도 줄리아가 미울 때가 있었을까? 그 미움을 걷어낸 이유는 무엇일까? 공통점이 없어도 그냥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랑한단 생각을 하면서?


사랑을 시작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사랑은 이어나가는 것이 더 어렵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이 느끼고 있고, 다시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난 비혼의 길을 택하지 않았을까. 현재까지의 나의 결론이다. 성격차이로 이혼한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게 가장 큰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같은 사랑을 할 때는 모른다. 그때는 무엇이든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게 사랑이라고 말하는 힘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불꽃은 시들어져 가고 그 온기마저 식어가고 있다면 둘이 함께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꼭 의미를 찾아야 할까? 그렇다면 행복은 무엇일까? 온기는 식었지만 함께라서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하지 않다면 나의 결혼생활은 끝일까? 분명한 건 나 혼자의 생각은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화가 필요하다. 내 생각과 상대의 생각이 교환이 이루어져야 조금의 변화라도 이뤄지지 않을까? 나의 고민과 많은 부분이 비슷해서 앞으로 난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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