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좋으면 나도 좋아
9.20. 니가 좋으면 나도좋아
새벽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다행히 아침에는 비가 그쳤다.
아침 식사를 마친 둠칫이는 자연스럽게 문 쪽을 가리키며 산책 나가자고 손을 뻗었다.
유모차를 타고 집 근처 초등학교로 향했다. 가볍게 모래놀이를 하려고 장난감 삽을 챙겼는데, 둠칫이는 모래보다 물에 관심이 많았다. 자꾸 물웅덩이 쪽으로 가길래 자갈밭으로 유인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둠칫이는 신나게 걸어가더니 결국 물웅덩이 속으로 첨벙—. 엉덩방아까지 찧었다.
순간 둠칫이와 나는 동시에 얼어붙었고, 1초 후에야 서로를 바라봤다.
나는 달려갔고, 둠칫이는 웃었다. 뜻밖에 아침 목욕이 예약되는 순간이었다.
유모차 시트까지 젖은 채로 집에 돌아와 모두 빨아서 햇볕에 널었다.
작은 신발과 유모차 시트가 웃으며 바람에 흔들렸다.
그래, 니가 신났으면 됐지 뭐.
오늘 오후에는 인근 마을에서 열린 플리마켓에 갔다.
먹거리도, 볼거리도 많아 사람들이 북적였다.
둠칫이는 낯선 환경과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굳은 듯 나에게 매달려 있었다.
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둠칫이는 주변을 경계하며 내 품에만 안겨 있었다.
마침 과일이 떨어져 구경도 할 겸 과일 파는 곳으로 향했다. 샤인머스캣이 눈에 들어왔다.
시식용 포도를 잘게 잘라 입에 넣어줬는데, 둠칫이는 고개를 돌리며 거부했다.
“이 달달한 포도를 싫어한다고?”
낯선 식감 때문인지, 내 손까지 밀쳐내며 거부했다. 머쓱해진 나는 나머지 포도를 삼키고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돌아다니는 동안 계속 사람들이 포도가 맛있다며 추천했다. 결국 다시 포도 매대로 향했다.
사장님은 둠칫이가 귀엽다며 포도를 몇 알 더 권해주셨다. 한 번 더 시도했을 때, 둠칫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번에는 오물오물 맛있게 받아먹었다.
그 다음부터는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손을 뻗고 찡찡거리며 더 달라고 했다.
사장님도 웃으시며 포도를 더 주셨다.
결국 포도를 샀는데, 둠칫이는 이미 본전을 뽑은 셈이었다.
둠칫이에게 오늘 플리마켓은 ‘포도 축제’였을 것이다.
그래, 니가 좋아하면 됐지 뭐.
둠칫이 덕분에 포도먹는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