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이 없어도 늘 나에게 특별함을 주는 것은 공항 입국과 출국이다.
캐리어에 잔뜩 담아 둔 물건 중에 하나가 긴장감을 주기도 하고, 시간을 끄는 출입국 확인 도장을 받기 전 자꾸 여권 사진과 나를 번갈아 보는 출입국 직원의 눈빛이 범인(죄를 지은 사람)에서 범인(평범한 사람)으로 바뀌며 도장을 꾹 찍는다. 그때 가벼운 쾌감을 느낀다.
또 한 단계를 넘어섰구나 느끼며 출입국을 넘는다.
냉동고에서 냉장고로 옮기듯 몽골에서 한국으로 넘어갔다. 3시간 반, 벌써 몽골에 온 지 15년이 지나 한국으로 6~7번은 비행기를 탔던 것 같다.
공항에서 출발하여 유난히 반짝이는 조명은 몽골과 한국을 금 그었다. 정제되고 질서 있는 모습이 예전에는 어색했지만 안정감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저 먼 나라 이국에 이국인이 온 듯하다.
자존감이 낮아졌는지 몽골에 동화됐는지 몽골의 자연이 존경스럽고, 또 그리워진다. 오자마자.
21일간 여러 지역을 방문하고, 해야 할 일을 했다. 그러나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은 가족이다. 부모님은 이제 늙어 가고 계신다. 나 조차도 늙고 있으니 당연한 것인데 머릿속에 사진처럼 기억되는 분들이 이제는 주름지고, 파뿌리가 되어 계시다. 얼마나 오래 사실까 보다 언제 급하게 또 비행기를 타야 할까 조바심이 생긴다.
새로운 만남도 있었고, 또 가족 같은 사람들도 만났다. 언제까지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나보다 먼저 고민해 주는 사람이 있다.
맛있는 음식 회는 꼭 먹으리라 생각했는데 달성했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 지금 생각해 봐도 잘한 일이다. 가끔 가면 나의 식성을 모르니 가장 좋은 해답이 되는 뷔페를 간다. 물론 거기도 귀하다. 그러나 성에 차지는 않는다. 그래서 가족과 횟집으로 갔다. 역시나 퀄리티가 다르다. 바삭한 오징어튀김, 회무침, 쫄깃한 광어, 방어, 연어 독특한 각각의 맛에 흠뻑 취했다. 거기에다가 매운탕까지.. 어렸을 때는 매운탕이 안 좋았다. 고기도 별로 없는데 생선뼈다귓국 같았다. 그런데 그 뜨거운 국물이 지금은 보약 같다.
가족을 남기고 홀로 귀국하는 날 새벽 일찍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공항으로 가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좌석이 만석에다가 입석까지 편안함보다는 시간을 택했다. 버스만 많은 줄 알았는데 공항에 가보니 그 새벽 6시에 이미 공항에 사람들이 깔려 있었다. 대부분 셀프체크인을 해도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이 줄었지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은 어마어마하게 늘었나 보다. 그래도 한국이 좋은데, 또 다른 맛을 즐기고 싶은 거다. 맨날 밥만 먹을 수는 없다며 라면도, 스파게티도, 짜장면도 먹는다. 홀로 들어가는 길이 조금 서글퍼야 하는데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꼭 무슨 감정이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이번 여행은 무감각이다. 돌아가서 해야 하는 일, 또 새로운 1년, 부탁받은 여름 사역 등 머릿속은 a4다.
몽골 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탔다. 10만 투그릭 한화로 4만 원짜리 택시를 처음 탔다. 버스가 있어야 하는데 없단다. 당연히 날 기다려 줄 사람도 없었기에 택시를 탔다. 얼마나 총알처럼 달렸는지 생각했던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했다. 웃음이 나왔다. 돈으로 시간을 벌다니.. 30분 남은 은행 마감시간 전 나는 급하게 관리비를 냈다. 언제 끊을 줄 모르는 전기는 날 원시인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터치다운했다. 캐리어에 묵은 빨래를 돌리고 목마름에 목이 꺾인 화초들에게 급하게 물을 주어 인공호흡했다. 이틀이 지나 지난날의 모습으로 부활했다. 부활의 기쁨에 미소..
텅 빈 냉장고를 의무감처럼 채워야 하는데..
금방 밤이 온다. 날씨는 그렇게 춥지 않았는데, 한국과도 크게 다르지 않는데 검은 밤을 만나고 나는 밤이 나를 안아주어 아침에 또 밤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