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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옹 치멕과 병원을 갔다

by 정경진

지난주 부터 통화를 시도했고, 카톡으로 메세지를 남겨 두었더니 답변이 왔다.

월요일 오후 3시에 접수하지 말고 병원에 오라고..몽골안에 그분의 실력은 가히 최고라 약속 잡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둘째 녀석의 같은 반 친구의 아빠로, 또 2년간 함께 모임을 했기에 그 친분을 이용해 그렇게 약속을 잡은 것이다. 워낙 큰 병원 접수하는 것만으로도 비싼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아리옹치멕은 귀가 잘 안들렸다. 6개월 전에 수술을 했지만 점점 더 상태가 안 좋아져 말하기, 듣기시험에서도 듣지를 못해 몇 번을 크게 이야기 해서 어렵게 통과했다. 알고 있는 선생들이야 이렇게 가능하지만 아리옹치멕의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당황할 수 있는 일이다. GKS(한국 전액장학금 입학)장학생으로 보내려 했지만 아마도 면접에서 떨어진 것으로 생각되어 마음이 더 아팠다. 4년 동안 학과에서 과대표(반장)로 또 배운만큼 실력이 있는 학생이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함께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그것도 몽골에서 가장 실력있는 의사선생님을 만나러..

큰 병원이었다. 잘 정돈되었고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어 몽골에서 가장 좋은 병원인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일본에서 만들어준 병원이다. 어쨌든 그까짓게 뭐가 중요하겠나 ...3시에 갔지만 사람이 많았기에, 또 접수를 하지 않았기에 접수한 사람들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4시가 다 되어서 의사 선생님을 만나 뵐 수 있었다. 환자만 들어가는 줄 알고 밖에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들어와 보라고 하셨다.

귓속에 내시경을 넣고 확인했다. 모니터에 선명하게 귓속을 봤다. 귓속이 그리 깨끗하지 않았다. 나도 그렇겠지.. 좁은 통로속에 염증이 있었고 수술 이후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더 막혀있는 상황이었다. 오른쪽이 그랬는데, 왼쪽도 통로가 좁고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6개월 전 받은 수술 예후가 좋지 않아 재수술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후에 다시 반대편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짧은 기간안에 할 수 있는 수술이 아니기에 우선 염증치료후 수술 날짜를 잡아야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우선은 보청기가 사용하는 것을 권했다. 그렇지 않으면 듣지를 못하니 생활이 어려울 거라며...

염증에 필요한 약과 이후에 어떻게 치료할지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다.

아리옹치멕과 진료실을 나와 주차장을 가는 길이 참 길게 느껴졌다.

어떻게 위로할지,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하나님 이 학생은 공부도 잘하고 이제 졸업하여 취업도 해야하고, 한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하는 정말 선한 학생입니다. 왜 이런 아이에게 어려움을 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정형편도 어려워 장학금으로 겨우겨우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인데....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저 기도할 뿐 이었다. 공평하신, 공의로우신 하나님 !

몽골에서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 참 어렵다. 누구를 믿어야 할지, 또 그러지 말아야 할지..내가 만난 사람들 대부분 학생이지만 참 좋은 사람인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리옹치멕이 이 긴 터널을 어떻게 건널지 잘 모르겠지만 이 또한 이겨내리라 믿는다. 그 분이 함께 해주시길 기도해 본다.

아리옹치멕을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걸었다. 육체의 어려움, 재정의 어려움. 이 어려움 반드시 이겨내기를 바란다. 나도 고개를 숙인채 였지만 나는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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