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떠난 자리

by 정경진

작년 12월 30일 아내는 떠났다.

나에게 잘 있으라 말하며 떠나긴 했지만 내심 "내가 없어도 괜찮겠어?" 이 소릴 듣고 싶었다. 애교 없는 성격이 금세 바뀌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그런 기대가 있었다.

공항까지 배웅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 참 길었다. 가도 가도 끝없는 하얀 몽골의 들판이 그저 더 차갑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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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출근해야 한다는 이유로 함께 하지 않았다. 원하면 같이 갈 수도 있지만 작년에 한국 이곳저곳을 바쁘게 돌아다닌 후, 올해는 몽골에서 쉬기로 했다. 한국에 있었던 첫째는 입대를 기다렸기에 학교를 휴학해서 마지막으로 엄마를 만나는 것이다. 둘째는 늘 한국을 그리워했다. 몇 번 한국에 가면서 몸으로 체득한 것은 돈이 없으면 슬퍼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한국에 있다는 것, 숨 쉬는 것만으로도 좋아했다. 깨끗한 거리, 공원, 볼거리, 먹거리 참 좋은 것은 많다. 이방인이 아니지만 벌써 몽골에서 산 날이, 한국에 잠시 왔다간 날 보다 많았다. 그렇기에 한국말 잘하는 한국인이 외국인인 듯 시선이 다르게 느낀다. 둘째도 이제 고3이다. 그 말은 지긋지긋한 몽골의 삶이 끝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부모의 서운함도 모른 채 벌써 트로피를 든 수상자가 된 듯했다.

텅 빈 방 안에 혼자 있는 것이 싫어 음악, 뉴스를 틀며 혼자인척을 버렸다. 짧은 연말 연휴에 그동안 보지 못한 영화도, 드라마도 보리라 마음 먹지만 그것마저도 귀찮게 느껴진다. 밤새 터트리는 폭죽소리에 며칠 잠을 잘 자지 못했다. 몽골 안에 중국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 매년 점점 더 시끄러워진다.

아침에 밥을 먹기 위해 냉장고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버려야 할 반찬들, 냉장고 깊숙이 숨겨진 그 넘들을 꺼내 버리고 청소를 한다. 이곳저곳 통속에 흩어진 김치를 한 곳에 모으니 반찬통들이 하나로 모아져서 작은 반찬통은 설거지 통으로 모였다. 냉장고가 반으로 줄었다. 남아 있는 것도 아내가 없는 동안 먹어 치우든, 버리든 정리를 할 것이다. 아내처럼 식구들을 위해 많은 양의 국, 찌개를 하지 않으니 다음에 먹을 것은 없지만 남는 음식이 없어 따로 보관하지 않아도 돼 좋다. 남아있는 야채들도 오래 먹지 않아 버리지 않도록 어떻게 먹을까 고민해 본다. 큰 배추는 부침을 해서 먹든, 된장국에 넣으면 되고, 무는 초절임으로 상큼하게 먹고 싶다. 말린 취나물, 고사리 등도 물에 불리고, 끓여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렇게 정리를 하여 시장가는 일을 줄이고, 냉장고 털이로 소비를 줄여야겠다.

기존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몽골 중고 판매 사이트에 내놨다. 아내가 받아온 신발들, 블루투스 스피커, 카오디오, 축구화, 사용하지 않는 새마우스들... 신년 맞이 처분한다. 어젯밤에는 신발이 작아서 신지 못했던 겨울 부츠를 판매했다.

무기력해질 것 같아 아내가 없는 동안 뭐라도 한다. 집구조를 바꾸기 위해 가구도 옮겨 보고, 침대도 옮겨볼 예정이다. 또 싱크대 수전도 교체하리라~. 그동안 물이 줄줄새는데도 우리집(월세)이 아니라는 핑계로 냅뒀다.

그러면 아내가 돌아올 날이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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