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알려준 생활 지침서 11
고양이의 아침을 따라 하는 것은 쉽다면 쉽다. 고양이의 하루 시작 루틴을 따라 한다면 나도 행운이 올 것 같아.
고양이는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길게 한다. 그러고는 아버지가 심어놓은 봉선화꽃 밭으로 가서 응가를 하곤 했다. 고양이 거름으로 핀 봉선화 꽃은 이뻤다. 그 꽃으로 우리 식구들은 붉게 손톱에 물들이곤 했다. 그게 여름날 오전 일요일 풍경이었다.
그나저나 우리 집 고양이는 늘 루틴이 있었다. 아침마다 하는 고양이의 행동들이 생각났다.
일어나서 길게 스트레칭을 한다.
아버지가 심어 놓은 봉선화꽃 밭으로 가서 응가를 한다.
햇살이 드는 마루에 앉아 햇빛을 쬔다. 가만히 명상을 하나? 멍 때린다.
자기 얼굴과 몸을 깨끗하게 단장한다.
고양이는 식구들이 학교를 가건 뭘 하건 신경을 안 쓴다.
그게 아침 루틴에서는 그 5분이 애매하다. 아침은 늘 바쁘고, 차 시간 때문에 허둥대고는 한다. 또는 어제 먹은 술 때문에 후회를 하고는 한다. 그래서 스트레칭도 명상도 못하고 일어나 출근 준비하기 바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멍 때리는 것이다. 아침에 가만히 멍 때리는 시간이 중요하다.
오늘 하루 무얼 할지, 오늘의 다짐 등은 그냥 개나 줘버리면 된다. 그냥 가만히 햇살을 즐기면 된다. 떠오르는 생각들은 그냥 떠오르는 데로, 잡념은 잡념대로 받아들이며 앉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깨끗한 화장실 유지, 깨끗한 몸가짐이다. 고양이는 늘 깨끗하다. 청소와 정리정돈이 중요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주변정리를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두 가지는 알겠다.
첫째는 악을 부르지 않는 것이다. 주변정리를 잘하고, 거짓 없이 사는 것, 음침한 거래를 하지 않고 정리정돈, 내 주위를 깨끗이 사는 것이다. 그래서 불행이 오는 원인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행운은 오지 않는 걸까?. 다만, 지금 나의 불행을 견뎌내기 위한 방법일 수 있다. 정신 산만하면 자신의 불행한 상황을 견디기는 힘들다. 이 불행의 시간을 잘 지나가기 위해, 자신을 정리 정돈하고, 다시 한번 심사숙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사실 불행의 시간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마음만 괴로운것 아니었을 까?
우리는 각 자의 아침 시간을 갖는 다. 고양이는 누가 학교를 가건 회사를 가건 신경 쓰지 않는 다. 오직 자기 자신만 신경을 쓴다.
요새는 개냥이라는 말이 있어 주인을 따른 다고 했지만, 내가 키운 고양이들은 자신의 인생에만 집중했다. 오늘 잡을 참새들과 쥐들, 햇살 들뿐이었다. 남이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는 다.
그냥 고양이는 오롯이 자신에게만 집중했었다.
개발도상국 한국에서 벗어나 중진국으로 넘어가던 시절, 고양이는 여전히 깨끗하게 살고 있었다. 그때는 급식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초등학생인 나는 도시락을 들고, 무거운 교과서가 든 가방을 메고 학교로 가기 위해 신발을 신는다. 고양이는 옆에서 자기 할일만 하고 있다.
여전히 고양이는 자신의 얼굴만 닦고 있었다. 그래도 힐끗 쳐다본다. " 학교 가니?"라는 표정이다. 그러고는 자신의 얼굴에만 집중하고 있다.
난 강아지처럼, 네가 나간다고 따라 나가지 않아. 네 삶은 너대로 충실히 살아가렴. 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