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내게 알려준 생활 지침서 14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살얼음 위를 걷듯이 살금살금 걷고, 절벽을 지나가듯 조심히 걸어가라
고양이는 살금살금 걷는 다. 그 보송보송한 발바닥으로 걸을 때면 언제 왔는지도 모른다.
핵심은 고양이의 폭신한 발바닥도 아니고, 살금살금도 아니다. 고양이의 발톱이 나올 때는 무섭다. 나도 아직도 흉터가 얼굴에 남았고, 내 팔에 남았다. 고양이가 사뿐하게 걷는 다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
고양이가 살금살금 걸을 때는 사실 집중하고 진지할 때이다. 나는 집중하고 진지하게 뭔가를 이룰 때는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조심조심 사뿐사뿐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고양이가 사뿐사뿐 걷는 것은 사실 고양잇과 동물들이 사냥할 때 기습하기 위함이다. 들키면 사냥은 낭패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갯과 동물들은 주로 떼로 몰려다니기에 협력을 기반으로 한 육탄전 형식의 사냥방법을 갖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고양이는 주로 단독 사냥을 하기에, 조용히 기습한다. 조심하지 않으면 굶게 된다.
물론 인생에서 태풍과 폭풍우가 몰아치면 오도 가도 못하고 맞을 때가 있다. 그러나 가끔은 별거 아닌 거에 손해보고 다친다. 게다가 별거 아닌 걸로 음해를 당하고 낙마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옛날 선인의 말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경계를 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깊지 않은 시냇물이라도 살얼음 위를 걸어본 적이 있는 가? 순간 '빠직'하며 신발이 물에 빠진 적이 있다. 조심해야 했으나 무게 중심상 어쩔 수 없다. 추운 겨울인데 젖은 신발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깊은 강에서는 아주 위험하다고 했다. 북극이나 남극은 더할 나위 없이 위험하다고 했다. 얼음에 빠지면, 순간 내가 빠졌던 구멍을 물속에서 찾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밖이 보이는 투명한 얼음 위에는 동료들이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끝내 숨을 못 참고 구멍을 찾지 못하여 죽는다고 한다.
절벽을 지나가는 것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낭떠러지에 떨어지면 위험하다. 올라오는 것은 힘겹게 걸어올라 가나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인생도 올라가는 것은 어렵지만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엄마는 늙었어도 내게 늘 "차 조심해' 하셨다. 그리고 사람 조심하라고 한다. 학교 갈 때도 그랬고, 회사 다닐 때도 그랬다. 그럼 세상의 모든 아들들이 그렇듯, 짜증 내듯 무심하게 "알았어"하고 신발을 신고 나간다.
지금 엄마는 그런 말을 할 줄 모른다. 엄마의 기억은 저편에 있기 때문이다. 그저 하루 종일 무심하게 소파에 앉아 TV만 보고 계시다. 그래도 아들은 알아보신다. 엄마는 고양이의 기억은 잃었을 까? 기억하고 있을 까?
고양이도 엄마를 기억할까? 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