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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덴부와 셜리 May 05. 2023

적의 적을, 적으로 여기는 바보들

음해의 기술01- 원교근공

적의 적은 나의 동지이다. 이런 말과 같다.


즉 가까운 상대는 '대치'하느라 적이 되고, '나와 먼 지역'은 특별히 이해관계가 없어서 협력하기 쉽다. 보통 나와 대치한 적은 '나와 먼 지역'과 대치 중일 수 있다. 즉 적의 적은 나의 동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원교근공(遠交近攻) =  먼 나라와 사귀고 이웃 나라를 공격한다.



다시 말하지만 "적의 적은 나의 동지이다"는 우리가 너무 흔히 쓰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적의 적을 나 역시 적으로 여긴다.


조직 내에서도 메인 스트림에 배척을 당하거나, 욕을 많이 먹는 직원들이 있다. 그러면 나 스스로도 아웃사이더이면서 '그 직원'을 위하기는 커녕 배척한다. 물론 '그 직원'은 결함이 있을 수 있다. 당연하다. 그래서 나 스스로도 그를 욕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도 그렇다.


가난한 사람이 복지혜택을 주고 민중을 위한 정당보다 보수정당을 선호하는 것과 같다. 가난한 사람은 권력으로 부를 쌓고, 주가조작으로 돈을 벌고, 강제철거를 자행하면서 부동산을 거머쥐는 사람에게 호감을 보낸다. 그것은 자신의 판타지로 권력자를 '드림'으로 설정하기 때문이다. 알바하는 자식이 있어도 최저임금 올리는 것을 욕하는 이유도 그런 것이다.


전쟁 나면 권력자들은 도망가고 우리 청년들이 전선으로 끌려갈 텐데, 혈기왕성한 청춘들이 반전평화보다는 강력해 보이는,  이미지는 호전적이고, 전쟁 무드로 몰고 가는 권력자를 더 선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정작 그 권력자들은 군대를 갔다 오지도 않았다. 이런 경우이다.



나의 경우도 그런 경우가 있다.


어떤 또라이같은 본부장이 왔다. 나를 굉장히 본부 안에서 이지매를 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부장도 나를 이유없이 집단 따돌림했었다.

결국 할 수 없이, 모든 수단을 다 써서 그 본부를 탈출하고 다른 부서로 옮겼다.


내가 없으니 또라이 본부장은 어떤가? 다른 이지매 대상을 찾았다. 그 대상이 나의 부장이었다. 내가 빠진 이후 그 부장은 이지매에 정신적 충격까지 먹었다. 내가 볼 땐 내가 당한 수준의 1/100이었다. 그러나 유리 멘털 부장은 엄청 스트레스를 받으며 1년을 보내야만 했다.


그 또라이 부장은? 어떻게 됐냐고? 좋은 본부로 옮겨 영전했다. 거기서 성희롱으로 고소당할 뻔해서 모든 보직을 내려놓고 골방에 처박혀야만 했다.




물론 조직 내에서 왜 그럴까? 왜 적을 적으로 여길까? 일단 나의 적은 회사 내에 메인스트림이다. 나 스스로는 메인스트림에 속하지 않을 경우이다.



1. 찍힐까 봐 강자의 편에 서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집단 따돌림에 동참하면서 메인스트림(나의 적이 메인스트림일 경우이다.)과 함께 있고 싶어 한다. 집단 따돌림은 둘째치고 앞장서서 돌을 던지고 도사견처럼 무는 친구들도 있다. 결국 모든 것이 끝나면 도사견처럼 끌려가 참혹하게 자신이 도살될 것을 모른다.


2. 정말 적의 적이 바보 같고 무능해서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당신도 그렇다.


3. 그냥 나 스스로도 남 뒷담화 까는 거 좋아한다. 내가 승진하기 위해서는 내 밑에 누군가는 기본적으로 깔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이 스스로 깔리는 것을 모른다.


4. 결국에는 적의 적이 당신을 도와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가능성보다는 메인스트림 쪽에 잘 보여서 내가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예상은 굉장한 착각이다. 사실 적의 적이 당신을 도와줄 수 있다. 나 스스로 도움받을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다.


5. 도사견들이 성공하는 케이스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아빠 빽으로 성장하는 젊은 부장들이나 간
쓸개 다 빼고 모시는 부장들이 성공한 케이스가 있기 때문이다. 도사견처럼 나도 남을 물어뜯으면 성공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그럼 주인이 나를 이뻐할 것이다라는 착각이다. 나는 도사견이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현실의 도사견은 죄가 없다. 나쁜 이미지도 아니다. 그냥 여기서는 그렇게 비유한 것뿐이니 양해 바란다.  



아웃사이더나 자신의 세력이 약할 때는 한 사람 한 사람 우군을 만들어야 한다. 친하고 협력관계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내 적의 적이 상처를 입을 때, 최소한 돌을 던지지는 말아야 한다. 무심한 듯 대일밴드 한 장 주고 가면 된다.


그러나 눈앞의 실리에 적의 적을 적으로 여긴다. 결국 나도 죽고 너도 죽는 다.


조직 안에서 소신 있게 사는 것도 중요하다. 그것이 음해를 벗어나는 기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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