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행운의 근원은 바로 타인이 내게 베푼 배려이다.

브런치북 : 다때려치고 뉴욕05

by 덴부와 셜리

뉴욕 첫날 아침


시차 때문에 새벽부터 눈을 떴다. 뉴욕 가기 전에 잠시 로스앤젤레스에 들렸지만 여전히 시차 적응은 안 됐다. 어렸을 때는 금방 시차 적응을 했었다. 그러나 나이 드니 힘들다. 역시 젊어서 놀아야 한다.


뉴욕에 있었던 이유는 사실 동안 집을 봐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봐준다는 표현은 입장이지만 사실 한량처럼 감나무 나무 밑에 입만 벌리던 나를 아는 지인이 불러준 것이다.


동안 집을 보라고 했지만 사실 동안 머리를 식히라는 이유였다. 다행히 뉴욕에 있는 가족들은 모두 한국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빈집에 있으면 어떠냐고 지인이 내게 물어본 것이었다. 물론 지인은 그냥 해본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얼굴이 은근히 두꺼운 내성적인 소유자이다. 바로 오케이를 했다. 그리고 뉴욕에 있는 형수님(지인의 와이프)에게도 허락을 받았다.


얼굴도 두껍지. 나는 그렇게 해서 상상만으로 했던 뉴욕을 가기로 한 것이다. JFK공항에서 형수님을 뵀다. 형수는 나를 위해 기꺼이 마중 나와준 것이다. 얼굴 본 것은 거의 20년 만이었다. 나를 위해 픽업까지 나와준 것이다. 차에 타면서 정말 자신이 좀 부끄러웠다. 이 낯짝. 나이 50에 뭐 하는 걸까.



나의 지인은 그러니까 나의 귀인이다. 가브리엘 천사같은 사람이고, 사주팔자로 봐도 귀인이다. 감사하다.

행운의 장소가 있다. 그리고 어떤 좋은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행운이 따른 다고 믿는 다.


나는 미국 유학 경험은 없지만 미국에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늘 행운이 따랐다. 누구나 그런 장소가 있다. 소원을 빌고 회개하는 각자만의 교회나 성당, 절 등 기도처가 있듯이 말이다. 지난번 미국 출장 후에는 승진이 됐었고, 예전 샌프란시스코 여행 이후 무사히 석사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무료로 15일 동안 서부 일주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뉴욕은 시작 전부터 행운이었다. 이렇게 안전하고 조용한 집에서 혼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나의 행운일까?


아니다. 상대방의 배려이다. 나를 아는 지인이 내게 뉴욕행을 권하고 자신의 집을 선뜻 내준 것이다. 행운이 아니라 타인의 배려였다.


20여년전, 샌프란시스코의 서부 일주 기회도 거기서 석사과정에 있던 친구의 배려 덕분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집에만 있던 내게 같이 가자고 권유를 하고 배려를 해준 것이었다. 물론 서부 일주는 방송 촬영이었고, 내가 일을 친구에게 소개해준 것도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같이 가게끔 방송 스태프를 설득한 것은 사실 친구였다.


모두가 신의 은총과 인간의 배려 덕분이었다.

이것을 가지고 나는 행운의 사나이라고 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오직 신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을 뿐이며, 남이 베푼 배려와적선 받은 것뿐이리라.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 나의 형님-지인 ‘이교수’,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젊은 시절 함께 서부여행을 했던 지금의 ‘박교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굴에 대한 연구보고서-뉴욕 첼시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