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 다 때려치고 뉴욕으로 12
오늘 동네 도서관에서 너무 잘 잤다. 역시 잠은 도서관, 학교, 회사이다. 잠깐 자면 꿀맛이다. 그냥 시간도 많고 집에서 자도 되는 데 도서관까지 가서 잔 이유가 있나 보다. 정신 차리고 도서관 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늘은 어디에도 안 나가고 걸어서 도서관만 갔다. 어제 자연사박물관 가고 재즈공연장이 좀 피곤했나 싶었다.
보통 30달러 입장료 내고 가는 데,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가면 좋다. 그리고 나는 사실 혼자 가니까 좀 걱정됐는 데, 다행히 타임스퀘어 근처에도 재즈바가 있어서 그쪽으로 갔다. 너무 늦으면 곤란하니까 7시 30분 걸로 예약을 했다. 예약하는 방법은 검색해보시면 될 거고 생각보다 쉬었다. 나이 50에도 하는 데 뭘...
예약하고 나서 뭐 큐알코드나 입장권이 있나 하고 메일을 열어보았는 데, 그냥 등록된 거만 메일로 날아왔다. 뭐 입장권이 안 온 걸까? 하며 나는 조바심이 났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영어로 또 물어보면 어케 하지... 모르겠다. 그냥 들어가자. 결국 나의 이름 - 라스트 네임 확인과 백신 접종 확인서를 보여주고 들어갔다.
너무 좋은 시간을 보냈다. 혼자 화이트 와인 두 잔을 마셨다. 거기서는 20달러 이상시켜야 하는 게 룰이다. 대부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쨌든 재즈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과 관련된 말이 떠 올랐다.
음악과 관련된 영화는 많지만 난 여기서 두 개의 영화가 떠올랐다.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 그리고 픽사의 소울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황정민, 류승범이 출연한 영화이다. "하고 싶은 거 하니 행복하니"라는 대사는 밴드 하면서 생활이 쉽지 않기 때문에 난 대사였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도 마찬가지이다. 주인공이 어렵게 재즈바에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그토록 바라던 재즈바에 "합격"되고 첫 공연을 마치고 허무하게 느껴진다. 음악이 그냥 일로 다가온 것이다. 그러고는 영화가 끝나버린다. 주인공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까? 주인공은 다시 학교 음악 선생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전국을 떠돌며 재즈 피아니스트가 될까?
그렇다 하고 싶은 거 하니 행복한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쉽지 않다. 내 인생의 사명을 찾는 것도, 먹고 살 일을 찾는 것도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일이다.
또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돈을 버는 삶, 파이어족이나 경제적 자유를 이루어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일을 해야 돈을 벌고, 백리를 걸어야 밥을 하나 지어먹을 수 있는 팔자인가? 그리고 많이 돌아다닌 것 같아도 겨우 치즈 한 조각일 뿐인 쥐띠 태생의 한계인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한 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