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당연하지 않게 내 앞에 나타나는 너에게
오월에는 사랑을 끌어안고 있었어.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사랑에 관한 생각을 했어. 기억 저편에 있는 사랑의 장면을 떠올리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가지각색의 사랑을 이야기하기도 했지.
나는 사랑을 잘하고 있는 걸까. 앞으로 어떤 태도로 사랑을 대해야 할까.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자주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
돌이켜보면 너에게 감사한 일들이 참 많아. 일어나면 잘 잤냐고 물어봐 주는 것.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궁금해해 주는 것. 만나면 반갑다고 멀리서 달려올 때도, 얼굴에 묻은 속눈썹을 살살 떼어 줄 때도 나는 고마움을 느껴.
어디 그뿐인가. 전화를 걸면 언제나 밝은 목소리로 받아주고, 손을 내밀면 살며시 잡아주지. 괜찮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할 때면 정말 괜찮은 지 한번 더 물어봐 주고,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마치 네 일인 것처럼 기뻐해 주잖아.
감사해. 이 말은 너의 행동 하나하나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겠다는 뜻이야. 당연한 것으로 여기기 시작하면 소홀해지니까. 너를 더 유심히 관찰하고 내 안에 잘 새겨 둘 거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우리에게 주어지는 소중한 순간들을 더 아껴줄 거야.
세상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어. 우리가 처음 만난 날도 그렇지. 만약 그날 저녁 학교 운동장에서 네가 내 쪽을 쳐다보지 않았더라면. 그전에 점심을 급하게 먹다가 체하는 바람에 곧장 집으로 가버리기라도 했다면. 미묘한 차이로 우리의 인연이 어긋났을지도 몰라.
더 심하게는 너와 내가 각자 다른 나라에서 다른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었다면, 하고 가정해볼 수 있지.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생겨서 어느 한쪽이 아예 태어나지도 못했다고 한다면 어떨까. 그랬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무의미한 존재가 됐을 거야.
너라는 존재를 모른 채 살아가고 있을 나를 상상하면 나는 한없이 무섭고 슬퍼져.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너와 나 사이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던 거야. 우리가 서로를 지나치지 않고 알아봐 주었다는 사실이 그래서 더 감사해.
나는 너에게만큼은 ‘당연하다’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을 거야. 뭔가를 바라지 않고 사랑하려고 해. 나는 네가 오늘도 내 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좋겠다. 아니, 내 앞에 없어도 거기서 싱긋 웃고 있기만 하면 좋겠어.
-여름 냄새가 가까이 다가온 어느 날, 무한한 감사를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