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든 바다
그곳에서 언제까지고 순수하게 헤엄칠 수 있기를
너는 파도 같은 사람이었다. 바람을 맞으면 방향을 바꾸고 빛을 받으면 반짝였다. 쉽게 주변의 영향을 받았다. 부딪히면 부서지고 스스로 거품을 만들었다. 거세게 일었다가 금방 다시 잠잠해졌다. 네가 만든 잔물결은 다른 사람에게까지 밀려가 닿곤 했다.
너처럼 잘 웃는 사람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길을 걷다가 귀여운 꼬마를 발견하거나, 좋아하는 생선회를 한 입 베어 물면 너는 실실 웃었다. 모퉁이에 숨어 있다가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데 성공하면 배를 잡고 깔깔거리곤 했다.
잘 웃는 만큼 잘 우는 사람이기도 했다. 섭섭한 말을 들으면 눈물을 찔끔 흘렸고, 몸이 아프거나 다가오는 내일이 두려울 때는 어김없이 엉엉 울었다. 머리가 아파올 만큼 펑펑 눈물을 쏟았다. 너와 사소한 일로 다투기라도 하면, 쏟아지는 눈물을 그치게 하기가 쉽지 않았다.
신기했다. 너에 비하면 나는 제자리에 고여 있는 물이었다. 감정이 파도를 치거나 크게 흔들리는 일이 잘 없었다. 마구 웃을 일도, 펑펑 울 일도, 머리가 터져버릴 것처럼 화가 나는 일도 내게는 드물다 못해 거의 없음에 가까웠다.
그런 나에게 어느날 네가 들이닥쳤고, 네가 나의 ‘없음’을 ‘있음’으로 바꿔주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흘러 들어오는 너를 어쩌지 못했다. 너와 함께하는 일상에 잠겨 네 감정의 흐름에 몸을 맡겼다. 놀랍게도 나는 서서히 흐르기 시작했다. 너를 따라서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울었다.
너는 매번 나를 일으켜 주었고, 나는 종종 너를 잠재우곤 했다. 어느덧 균형이 맞춰지고 있었다. 나는 우리가 하나의 바다를, 파도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바다는 계속해서 잔잔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하나의 웃음에 기뻐하고 하나의 울음에 쩔쩔맨다. 철없는 어린애들 같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이대로 우왕좌왕 살아가고 싶다. 우리가 영영 철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철들지 않고 웃다가 또 울다가. 소위 말하는 ‘어른스러움’이 결여된 채 오래오래 지내고 싶다.
이제 우리는 많이 닮아있다. 자주 웃고, 종종 운다. 시간이 지나도 우리의 웃음과 울음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기를 바란다. 우리가 만든 바다에서 우리가 언제까지고 순수하게 헤엄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