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얼굴의 그녀가 나에게 남기고 간 것
눈앞의 풍경과 들뜨는 기분 모두 그야말로 축제라는 걸 실감케 했다. 해가 저무는 시간. 모 대학의 운동장 한복판에는 이미 천막이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하나둘 밝혀지는 알전구는 이곳이 축제의 현장임을 보란 듯이 드러냈다. 운동장의 모래 위에는 각자의 사정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의 수만큼 많은 발자국이 겹쳐 찍혔다.
이쪽에서 호객하는 소리와 저쪽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무대 위의 마이크 소리까지 온갖 잡음이 뒤엉켜 주점은 소란스러웠다. 같은 색의 후드 티셔츠를 맞추어 입은 학생들은 술과 안주를 나르느라 분주했다. 콘치즈니, 파전이니 하는 음식이 일회용 접시에 담겨 오고 갔다.
멀찍이 서서 이쪽을 보던 여자애가 가까이 다가왔다. 코가 둥근 구두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옅은 분홍빛 원피스가 하늘거렸다. 자세히 보면 옷에는 봄꽃 같은 것이 자잘하게 수놓아져 있었다. 밝은 갈색의 머리칼은 가슴께에 이르며 가벼운 곡선을 그렸고, 어색함을 숨기려는 듯 입가에선 배시시 새 나오는 웃음이 보였다.
우리는 플라스틱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처음 시야에 들어왔을 때,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이다.’라는 문장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유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마도 내가 아는 보잘것없는 낱말로는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워서 그랬던 게 아닐까. 그만큼 그 얼굴은 신비에 가까웠다.
“연이 아니라 현이요.”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거듭 꼬집어 알려주었다. 지금껏 이름을 밝힐 때마다 그랬을 걸 생각하니 귀엽고 또 짠했다. 그 외의 다른 말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사방이 시끄러워 내가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는 못하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마냥 웃었다. 그 해사한 미소는 세상의 어두운 면이라고는 일절 모르는 사람의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몽롱한 정신으로 밤의 한가운데를 걸어 다녔다. 오래된 연인처럼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아도 보고, 괜히 발걸음을 맞추며 보도블록을 밟기도 했다. 그러고는 어느 빌라 앞 계단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새벽 공기에 몸을 떨며 곧 떠오를 해의 따스함이 우리를 감싸주길 기다렸다.
곧 날이 밝았고 축제는 막을 내렸다. 햄버거 가게 앞에서 그녀는 작별 인사를 건넸다. 별다른 말없이, 돌아서서 가볍게 손을 흔들었을 뿐이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옷자락이 점점 멀어졌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더 깊이 알고 싶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