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리도록 파스타

다만 이거라도 먹어줄래요?

by 이건희

냄비에서 보글보글 소금물이 끓는다. 그러면 나는 페투치니 면을 둥글게 펼쳐서 끓는 물속으로 집어넣는다. 면이 익어가는 동안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를 볶는다. 양파가 단물을 뿜어내면 아무렇게나 자른 베이컨과 양송이버섯을 던져 넣는다.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풍긴다. 생크림을 들이붓고 끓이다가 삶아놓은 면과 함께 마저 볶아낸다. 별것 아닌 재료로 고소하고 부드러운 크림 파스타가 탄생한다.


때마침 일과 사람들에 치여 지친 기색이 역력한 네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앞치마를 두른 내 모습을 보곤 배시시 웃는다. 오직 두 사람만을 위한 저녁 식탁. 면발 여러 가닥이 너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네 눈동자는 동그란 모양으로 커진다. 나는 그런 너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별안간 이런 생각을 한다.


어느 날은 마트에서 병에 든 토마토소스와 냉동 새우를 사다가, 또 다른 날에는 집에 있는 마늘과 오일만 가지고. 내일도 모레도 그다음 날에도 오늘처럼 면을 삶고 소스를 요리하고 싶다. 마구잡이로 각종 파스타를 만들어 내는 것이 미숙한 나의 최선이라서. 네가 허락한다면 날이면 날마다 너의 하나뿐인 주방장이 되고 싶다. 너만 괜찮다면 같이 질릴 때까지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렵게 꺼내 놓아야 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