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여 제게 이런 낮잠을 주시나이까

한낮의 졸음을 동반한 아찔한 그리움

by 이건희

나는 시름시름 낮잠을 앓았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잠에 막 빠져들 때쯤, 며칠 전 너와 함께 있었던 시간이 몹시 그리워졌다.


그날 하루 중 가장 뜨거운 시간. 나는 바다가 보이는 창문에 짙은 암막 커튼을 쳤다. 아무도 우리를 찾을 수 없는 깊고 아늑한 동굴이 만들어졌다. 거북의 등딱지에 단단히 달라붙은 따개비처럼 나는 너의 등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내 손에 닿았던 부드러운 너의 살결과 입술 사이를 비집고 터져 나오던 더운 숨결을 떠올렸다. 달아오르고 녹아내리던 두 사람을 생각했다. 낮잠의 힘을 빌려 그때로 돌아가고 싶었다.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나는 맘 편히 잠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지도 못했다. 가위라도 눌린 것처럼 침대 위에서 혼자 끙끙거렸다. 몽롱하게 취해서 버둥거렸다. 괴로운 한낮의 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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