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하고 말랑거리는 사람
울보를 향한 걱정스러운 마음
너에게서 하루 종일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일단 집을 나와 동네 꽃집에서 장미 한 송이를 샀다. 오늘이 연인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는 날이라고, 어디선가 얼핏 들었다. 버스를 타고 네가 사는 오피스텔 앞에 도착했는데도 아직까지 연락이 없었다. 아무래도 퇴근이 늦어지는 모양이었다. 얼마 전에 바꿨다는 현관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서 먼저 들어가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공터의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부터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애썼다. 퇴근을 앞두고 네가 조급해하거나 괜히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일부러 눈앞에 놓인 책을 읽는 일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조금 있다가 네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전혀 미안해할 일이 아니라고, 괜찮으니 조심해서 천천히 오라고 말했다.
곧 카페 안에 모습을 드러낸 너는 어쩐지 우물쭈물하는 듯 보였다. 하루의 끝에 만난 것이 반가워서 일까. 아니면 내가 사 온 꽃송이에 감동한 것일까. 나는 생각했다. 워낙 눈물이 많으니까 이럴 땐 살짝 눈물을 보일 만도 하지. 그런데 그런 게 아니었다. 이틀째 야근에 시달리고도 회사에서 핀잔을 들은 통에 쌓여있던 서러움이 나를 보자마자 왈칵 터져버린 것이었다.
서둘러 너를 데리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 아이처럼 엉엉 우는 걸 달래서 겨우 집으로 들어갔다. 너는 눈물이 잦아들자 화장실로 들어가 양치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화장실 문에 기대어 너의 작은 어깨가 들썩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네가 여전히 잘 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실감했다.
좋아하는 시트콤을 틀어 놓고 배달시킨 피자를 먹으면서 너는 언제 울었냐는 듯 크게 소리를 내며 웃었다. 기분이 좋아졌다고 했다. 기분이 나아진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한 발 더 나아가 새삼스럽게 걱정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네가 계속 잘 울어야 할 텐데. 너는 내가 아는 한 그 누구보다 촉촉하고 말랑거리는 사람인데. 무슨 일이 있어도 우는 너를 달래는 사람은 나여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