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지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진동
저녁을 먹고 침대 위에 누워있다가 지진을 느꼈다. 나는 이미 배가 부르면서도 유명 발라드 가수가 땀을 흘려가며 매운 라면을 흡입하는 영상을 흥미롭게 시청하고 있었다. 내일은 꼭 점심으로 매콤한 라면을 끓여 먹어야지, 하고 입맛을 다시는 와중에 갑자기 침대가 흔들렸다. 망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확실한 감각이었다. 설마 이거 지진인가.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어리둥절했다.
핸드폰이 부웅부웅 울리며 재난 문자가 날아들었다.
[기상청] 05월 11일 19:45 북한 강원 평강 북북서 쪽 37km 지역 규모 4.0 지진 발생/낙하물로부터 몸 보호, 진동 멈춘 후 야외 대피하며 여진주의
그다지 와 닿지 않는 메시지였다. 무슨 내용인지 다 읽기도 전에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처럼 지진을 느꼈다고 했다. 의자에 앉아있는데 문득 엉덩이가 둥둥 울려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서로 다른 천장 아래에서 따로 또 같이 하나의 현상을 경험했다는 것. 지극히 자연스러운 그 사실이 나한테는 특별하게 다가왔다. 가슴이 쿵쿵거렸다. 너와 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튼튼한 끈으로 이어져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우리를 잇고 있는 끈은 팽팽하게 당겨졌다가도 느슨하게 풀리고, 두 사람은 끈에 닿는 스침이나 흔들림을 동시에 지각한다. 그렇다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몸처럼 붙어있는 것이나 다름없겠지. 나의 이런 감상은 너라는 존재가 있기에 느낄 수 있는, 미세한 진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