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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안에서 반짝이는 짧은 첫사랑

넷플릭스 추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by 이건희

1983년 여름, 이탈리아 북부. 별장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고 있던 소년 엘리오는 아버지의 조수로 방문한 올리버와 우정 이상의 관계를 쌓는다.


이보다 더 완벽한 여름 영화가 있을까. 태양빛과 선글라스, 푸른 지중해와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시원하게 굴러가는 자전거, 가벼운 셔츠와 반바지 차림, 밤이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까지. 모든 장면이 관객을 여름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영화가 다루는 감정 역시 계절과 닮아있다. 두 인물 사이를 오가는 감정은 내내 맑고 빛나며, 때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어쩔 줄 모르는 십 대 소년의 심리가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상대가 거슬려 신경을 곤두세우다가도 차츰 그를 시샘하게 되고, 결국 그로 인해 자기 안의 변화를 맞이하는 엘리오다. 피아노에 대고 고집스럽게 변주를 시도하거나, 언젠가 끝나리란 걸 알면서도 여행을 떠나는 모습은 흔들리는 엘리오를 더 잘 보여준다. 고백의 이유를 묻는 올리버의 질문에 엘리오는 "알아줬으면 해서"라고 중얼거린다. 꼼지락거리는 순수한 마음에 어울리는 대사다.


"Call me by your name."

사랑은 너의 이름으로 나를 부르게 하고, 너를 통해 나를 발견하게 한다. 사랑이 떠나간 다음에도 사랑과 관계없이 우리가 간직해야 하는 것은 그때 그 순간의 기분 이리라. 마지막까지 엘리오는 자신의 사랑을 감추거나 외면하지 않고 오래 음미한다. 그는 아마 새로 나타날 사랑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취할 것이다.


사랑을 대하는 자세를 가다듬게 해주는 아름다운 영화. 멀리 이탈리아로도, 지나가버린 과거로도 떠날 수 없는 오늘. 여행과 사랑을 추억하며 감상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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