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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바깥에서

넷플릭스 추천 영화 〈원더풀 라이프〉

by 이건희

이제 막 수명이 다한 사람들은 생과 사의 중간역인 림보에 일주일 동안 머문다. 모든 사람은 한 가지 추억만을 안고 저세상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4일 안에 인생에서 가장 소중했던 추억 한 가지를 선택해야만 한다. 영원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토요일, 개개인이 고른 추억은 생생한 영상으로 재현된다.


추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타난다. 잊을 수 없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사람, 가슴 뭉클한 사랑을 회상하는 사람, 가지고 있는 제일 오래된 기억을 꺼내놓는 사람. 누군가는 그저 즐거웠던 순간을 미련 없이 선택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깊은 고민 끝에 결정을 뒤집는다. 지고 갈 추억을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선택하지 않는 것으로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려는 사람도 있다.


좋은 영화는 금방 잊히지 않는다.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고 난 다음에도 관객을 붙잡는다. 장면 하나하나를 관객의 머릿속에 박아 넣고, 뚜렷한 메시지로 하루, 이틀, 일주일, 그 이상 미련을 갖게 만든다.


〈원더풀 라이프〉도 그렇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각자의 개인적인 기억을 더듬는다(더듬지 않을 수 없다). 윤회를 의미하듯 시작과 끝이 동일한 모양을 하고 있는 이 영화는, 러닝타임 안에서보다 러닝타임 밖에서 더 강하게 빛을 발한다. 영화의 끝이 영화의 시작이듯, 영화 감상의 끝이 곧 영화 감상의 시작이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관객으로 하여금 인생을 돌아보게 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 그의 영화는 등장인물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는 서사를 갖추고 있다. 그를 통해 관객은 지나온 인생을 되짚어보고, 이제부터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삶의 태도를 가다듬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모치즈키가 "나도 누군가의 행복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부분. 타인에게 행복을 안겨줄 수 있다면. 인생의 러닝타임 바깥에서도 남겨진 이들에게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추억은 방울방울, 인생은 원더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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