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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나러 왔어

넷플릭스 추천 영화 〈너의 이름은〉

by 이건희

이토모리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미츠하. 깊은 산속 시골에서 지내는 일상이 지겨워 다음 생에는 도쿄의 꽃미남으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바라던 대로 도쿄에 사는 동급생 타키와 몸이 뒤바뀐다.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현상이지만, 어떤 날은 잠에서 깨면 알 수 없이 눈물이 흐른다. 소녀와 소년은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서로에게 닿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애써보기로 한다.


영상미가 압도적이다. 혜성이 가로지르는 하늘은 물론이거니와 거대한 호수와 울창한 숲,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의 전경,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빨갛게 물든 단풍까지 풍경 묘사가 탁월하다. 전철이나 카페를 비롯해 일본 특유의 감성을 속속 발견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영화를 보고 나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일본이라는 나라에 호감을 가지게 될 것 같다.


영화는 두 사람의 생활을 교차시켜 보여준다. '잇는다'라는 뜻의 무스비(結び), 즉 시간의 흐름과 만남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 과정에서 일기, 미닫이문, 실(끈) 같은 장치들이 동원된다. 조금만 집중해서 보면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오프닝에서부터 '연결'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꿈틀댄다. 주제의식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붙잡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와 관객 사이의 무스비는 성공이다.


두 번이나 감상한 다음에야 감독의 의도를 나름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연으로 여겼던 시간들이 사실은 모두 이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통찰.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떤 일을 막아야 한다. 또 무언가를 찾아야 하고,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너를 만나러 세상에 왔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감상하기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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