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모리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미츠하. 깊은 산속 시골에서 지내는 일상이 지겨워 다음 생에는 도쿄의 꽃미남으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소리친다. 그리고 바라던 대로 도쿄에 사는 동급생 타키와 몸이 뒤바뀐다.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현상이지만, 어떤 날은 잠에서 깨면 알 수 없이 눈물이 흐른다. 소녀와 소년은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서로에게 닿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애써보기로 한다.
영상미가 압도적이다. 혜성이 가로지르는 하늘은 물론이거니와 거대한 호수와 울창한 숲,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의 전경,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빨갛게 물든 단풍까지 풍경 묘사가 탁월하다. 전철이나 카페를 비롯해 일본 특유의 감성을 속속 발견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영화를 보고 나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일본이라는 나라에 호감을 가지게 될 것 같다.
영화는 두 사람의 생활을 교차시켜 보여준다. '잇는다'라는 뜻의 무스비(結び), 즉 시간의 흐름과 만남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 과정에서 일기, 미닫이문, 실(끈) 같은 장치들이 동원된다. 조금만 집중해서 보면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오프닝에서부터 '연결'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꿈틀댄다. 주제의식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붙잡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와 관객 사이의 무스비는 성공이다.
두 번이나 감상한 다음에야 감독의 의도를 나름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연으로 여겼던 시간들이 사실은 모두 이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통찰.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떤 일을 막아야 한다. 또 무언가를 찾아야 하고,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너를 만나러 세상에 왔다고 말해주어야 한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감상하기 좋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