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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맞나? 청춘 맞다!

넷플릭스 추천 영화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

by 이건희

방송국에서 일하는 리레이나는 함께 졸업한 친구들 개개인의 주체성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옷 가게에서 일하는 비키, 성적 지향 때문에 고민하는 샘, 자유분방한 음악가 트로이까지. 좌충우돌 청춘들의 모습을 캠코더로 담는 리레이나지만, 그녀 역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청춘이다.


'아무도 완벽할 순 없다.'

주인공 리레이나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가 결코 완벽하지 않은 청춘을 그려낸다. 청춘은 쾌활하다. 밤이 새도록 술을 들이붓고 시끄럽게 떠들 수 있다. 청춘은 서툴다. 잦은 실수를 범하고 속마음을 고백하지 못한다. 청춘은 연약하고 무모하다. 타인으로부터 쉽게 상처를 받고, 타인에게 쉽게 상처를 준다. 이렇게 청춘은 완벽하지 않아서 각양각색으로 아름답다.


"거봐, 우린 이것만 있으면 돼. 담배 몇 개비, 커피 한 잔, 그리고 약간의 대화. 너, 나, 5달러."


능글맞은 대사와 우수에 찬 눈빛. 거기에 거친 반항기마저 더한 트로이 역의 에단 호크는 〈비포 선라이즈〉 제시의 과거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실제로 〈청춘 스케치〉의 개봉 시점은 〈비포 선라이즈〉보다 1년 앞선 1994년이다. 반박의 여지없이, 이 둘은 에단 호크의 리즈 시절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그런 에단 호크보다 돋보이는 건 젊은 위노나 라이더다. 투명한 얼굴로 펼치는 실감 나는 연기가 자연스러움을 넘어 사랑스럽다.


한편, 연기가 아니라 인물의 삶을 보면서는 속이 쓰렸다. 저 기분을 저 마음을 너무나 잘 알겠기에. 분에 넘치게 행복하다가도 금방 죽고 싶을 정도로 비참하다. 나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이 원망스럽고, 근심이나 걱정 따위는 없는 듯 보이는 친구들이 부럽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납득하기가 어렵고, 어느 누구도 나에게 정답을 알려주지 않아서 힘들다.


모든 청춘들에게 청춘은 아마도 성숙해지는 과정일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중요한 생장기(生長期) 일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것을 포기하고 감당해야 할 것을 감당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일 테다. 그렇게 믿고 뚝심 있게 나아가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이대로 주저앉고 싶지만, 도망치고 싶지만, 담배 혹은 커피 혹은 대화를 챙기고 다시 일어나자. 그리 젊지 않아도. 그리 밝지 않아도. 청춘 맞나? 청춘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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