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를 입에 달고 사는 남자가 있다. 지상 최고의 철벽남 칼은 놀러 가자는 친구의 제안도, 고객의 대출 신청도 단칼에 거절한다. 부정적인 태도는 부정적인 삶을 낳는다. 친구도, 애인도, 승진도 칼을 떠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예스맨' 세미나에 참석한 칼. 얼떨결에 모든 대답을 "Yes"로 하겠다고 서약한다. 긍정적인 말은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칼의 인생은 180도 뒤바뀌는데, 이번에는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맞닥뜨린다.
나에게는 〈그린치〉, 〈크리스마스 캐롤〉, 〈이터널 선샤인〉, 그리고 〈트루먼쇼〉에 이은 다섯 번째로 보게 된 짐 캐리 영화였다. 넷플릭스에 〈마스크〉가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 역시나 유쾌한 우리의 짐 캐리는 여기서도 장난스러운 표정 뒤에 숨겨진 음울함, 솔직함 같은 것들을 씰룩씰룩 꺼내어 보여준다. 게다가 짐 캐리의 신명 나는 한국어 연기가 등장하니 이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이라면 귀 기울여 친숙한 우리말을 들어보시길 바란다.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바꾸기도 한다. 나로 말하자면 '실망'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오래전에 아버지께 실언을 드렸는데, 그것이 '실망했다'는 말이었다. 아버지는 그날 나에게 가르쳐주셨다. 내가 당신에게 앞으로 실망할 일은 점점 더 많이 생길 거라고, 그러니 벌써부터 실망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실망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그때부터였다. 나는 절대로 실망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으려고 애쓰게 되었다. 섣부른 기대를 가지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게 된 것 같다.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태도를 취하든 선택은 자유다. 그러나 무조건 고개를 끄덕인다고 해서, 당면한 문제를 피하기만 한다고 해서, 인생은 순순히 굴러가 주지 않는다. 어느 쪽이든 선택에 따르는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건 자기 자신이다. 어쩌면(Maybe) "Yes" 혹은 "No"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가 한 말에 책임지려는 자세일 것이다. 걱정 마시라. "Yes"라고 해도, "No"라고 해도, 아무래도 괜찮다. 영화 속 대사처럼 "우리, 같이 무서워하자."